고독이 상처가 아니라 습관이라면, 그 습관은 어떻게 깨질까요. 2023년 아이슬란드 영화 어느 고독에 대한 기록은 그 질문에 조용하고 단단하게 답합니다. 저도 25년 살던 동네를 떠나 낯선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서 몇 년을 보낸 적이 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고독이 감정이 아니라 몸의 상태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즐거웠던 기억 때문인지, 간혹 마음이 힘들 때 예전에 살던 곳이 그리울 때가 종종 있습니다. 고립을 선택한 사람, 군나르가 보여주는 것아이슬란드 시골에서 평생을 살아온 목장주 군나르는 어느 날 아버지로부터 목장을 정리하라는 말을 듣습니다. 키워온 말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도시로 향하는 장면은 대사가 거의 없습니다. 그럼에도 그 장면에서 사회적 고립(social isolation)이 얼마나 ..
마라톤 영웅이라는 가면 뒤에 숨겨진 한 인간의 진실2013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 찰나의 폭발은 수많은 삶을 송두리째 바꿨습니다. 영화 는 그 현장에서 두 다리를 잃은 제프 바우만의 실화를 다루지만, 결코 흔한 ‘승리 서사’에 매몰되지 않습니다. 세상은 그를 '보스턴 스트롱'의 상징으로 추대하며 희망을 노래하라고 강요하지만, 화면 속 제프는 화장실조차 혼자 가지 못하는 무력감과 마주하며 처절하게 무너집니다. 이 영화의 진짜 주제는 상실 이후의 찬란한 복귀가 아니라, 도저히 사랑할 수 없는 자신의 망가진 신체와 화해해 가는 지독하고도 느린 과정에 있습니다. 우리는 이 작품을 통해 누군가의 고통을 '희망'이라는 편한 단어로 포장해 온 우리의 시선이 얼마나 잔인했는지 깨닫게 됩니다. 진정한 강함이란 부러지지 ..
고통받는 몸을 보면, 우리는 정말 용서받았다고 느끼는 걸까요? 혹한으로 몰아세우며 한계에 도달하는 익스트림이나 강한 자극의 운동. 자신의 몸과 정신을 상기시키려는 자발적인 스피드 한 운동. 나의 잘 못이나 반성을 이런 한계에 달하는 운동이나 행동으로 보상받으려는 사람들도 있다. 영화 와일드를 처음 봤을 때 저는 이 질문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평점 9점짜리 힐링 영화라는 말에 가볍게 틀었다가, 화면 앞에서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이 글은 영화 와일드에 대한 리뷰이자, 그 영화가 건드린 상처에 대한 솔직한 기록입니다. PCT 트레일, 걷는다는 것의 의미PCT(Pacific Crest Trail)란 미국 멕시코 국경에서 캐나다 국경까지 약 4,300km를 종주하는 장거리 트레킹 루트를 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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