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과 광기가 빚어낸 뒤틀린 사랑의 비극, 영화 [2022, 딥워터]

외도하는 아내를 그냥 두는 남편이 있다면, 두 가지 중 하나다. 정말 대단한 사람이거나,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풀고 있거나. 2022년 아마존 프라임으로 공개된 《딥워터》는 후자 쪽이다. 벤 애플렉과 아나 드 아르마스 주연의 이 영화는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는 부부의 이야기를 느릿느릿한 심리 스릴러로 풀어낸다. 아내의 노골적인 외도를 눈앞에서 지켜보면서도 화 한 번 제대로 내지 않는 남편 빅. 그 조용함이 점점 더 섬뜩하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원작은 미국 범죄 소설의 거장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동명 소설이다. 에이드리언 라인 감독이 연출을 맡았는데, 《나인 하프 위크》 《위험한 정사》로 이름을 알린 그답게 관능적이고 불편한 긴장감을 영화 전체에 깔아놨다. 화려한 액션도, 큰 반전도 없다. 그런데 묘하게 눈을 뗄 수가 없다. 조용한 공포가 어떤 것인지, 이 영화가 보여준다.
1. 사랑이라는 이름의 잔혹한 소유욕: 줄거리 요약
사랑스러운 딸 트릭스, 아름다운 아내 멜린다와 함께 살아가는 빅. 겉으로 보면 완벽한 가정이다. 하지만 이 집에는 비밀이 있다. 멜린다는 남편이 보는 앞에서 버젓이 다른 남자를 만나고, 빅은 그걸 알면서도 그냥 내버려 둔다.
어느 저녁 파티에서 멜린다가 조엘이라는 남자와 키스하는 장면을 목격한 빅. 분노를 터뜨리는 대신 조엘에게 다가가 조용히 한마디 건넨다. 동네에서 실종된 마틴이라는 남자, 자신이 죽였다고. 겁을 먹은 조엘은 그 자리를 떴다. 그런데 그 말이 거짓말이 아니었다.
멜린다의 외도는 계속된다. 새 남자친구 찰리를 집 파티에 데려와 이웃들에게 버젓이 소개할 정도다. 그리고 그날 밤, 찰리가 수영장에서 익사한다. 멜린다는 빅이 죽였다고 주장하지만 알리바이가 있던 빅은 용의 선상에서 빠진다.
동네 이웃이자 작가인 돈은 빅을 의심하고 멜린다와 함께 그를 감시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 사이 멜린다는 또 새 남자친구 토니를 집에 들이고, 빅은 설거지를 하며 그 모습을 지켜본다. 그러다 어느 날 밤, 빅은 토니를 조용히 데리고 나간다. 그동안 쌓인 분노가 터지는 순간이었다.
결국 빅이 마틴을 죽인 것도, 이후 아내의 남자들을 하나씩 처리한 것도 모두 사실이었다. 부부는 소풍을 가며 잠시 평화를 되찾지만, 수면 위로 떠오른 토니의 시신이 모든 걸 뒤흔든다. 시신을 정리하러 간 빅은 하필 돈과 마주치고, 도망치던 돈의 차는 절벽 아래로 떨어진다. 남편의 실체를 마주한 멜린다. 떠나려 하지만 딸은 아빠 곁을 떠나지 않으려 한다. 멜린다는 결국 남기로 결심하고, 토니의 지갑을 태우며 영화는 끝난다.
2. 스크린을 압도하는 서늘한 연기: 배우 출연진
벤 애플렉 — 빅 역
이 영화의 모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배우다. 분노를 전혀 드러내지 않는 남자를 연기하면서도 그 안에 꽉 눌린 감정이 스크린 밖으로 새어 나온다. 무표정한 얼굴이 오히려 가장 무서운 장면들을 만들어냈다. 섬세하고 절제된 연기가 영화 전체의 완성도를 끌어올린다.
- 외도하는 아내를 묵묵히 받아들이는 척하면서 그녀의 남자들을 하나씩 제거하는 남편. 조용하고 다정해 보이지만, 그 침묵 안에 가장 위험한 것이 담겨 있는 인물이다.
아나 데 아르마스 — 멜린다 역
남편 앞에서도 거침없이 외도를 이어가는 멜린다를 도발적이고 자유롭게 표현해 냈다. 나쁜 사람이라기보다 제멋대로인 사람에 가까운데, 그게 오히려 더 불편하게 느껴진다. 벤 애플렉과의 케미가 묘하게 설득력이 있다.
- 편이 있는 자리에서도 새 남자를 집에 데려오는 아내. 자유분방한 듯 보이지만 결국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위험을 끝까지 외면한 인물이다.
트레이시 레츠 — 돈 역
빅을 의심하고 추적하는 작가 이웃. 조용한 집착으로 긴장감을 높이는 역할을 맡는다.
- 빅이 살인범이라고 확신하고 집요하게 파고드는 동네 이웃이자 작가. 의심이 집착이 되면서 스스로 위험한 상황으로 걸어 들어가는 인물이다.
3. 뒤틀린 심리가 주는 묘한 중독성: 평점 및 리뷰 반응
[딥워터]는 전체적으로 10점 만점에 7점 정도의 평점을 받고 있는 웰메이드 심리 스릴러입니다. 이 영화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우선 호평 측면에서는 "벤 애플렉과 아나 데 아르마스의 케미스트리가 압도적이다"라는 의견이 압도적이에요. 특히 남편의 인내심이 살의로 변하는 과정의 심리 묘사가 매우 세밀하다는 평이 많습니다. 소설 원작의 탄탄한 구성을 바탕으로 인간의 어두운 본능을 잘 끄집어냈다는 점이 높은 점수를 받습니다.
반면, 비판적인 시각으로는 전개가 다소 느리고 주인공들의 행동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는 점이 꼽힙니다. 하지만 이건 영화의 장르적 특성으로 봐야 합니다. 평범한 사랑이 아닌 '집착'과 '증오'가 섞인 관계를 그리기 때문이죠. 종합적인 완성도 면에서 볼 때, 자극적인 액션보다는 인물 간의 팽팽한 기싸움과 서늘한 분위기를 즐기는 분들에게는 최고의 선택이 될 영화입니다. 한 번 보면 끝까지 멈출 수 없는 기묘한 매력이 있는 작품이라 평하고 싶습니다.
4. 침묵 속에 갇힌 그들만의 평화: 아웃트로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멀린다가 토니의 지갑을 태우는 모습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그것은 남편을 향한 용서일까요, 아니면 공범이 되기로 한 비극적인 타협일까요? 웃으면서 조용히 다 해치우는 남자. [딥워터]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비정상적인 소유욕과 만났을 때 얼마나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영화 속 빅의 섬세한 감정 표현과 멀린다의 도발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후에도 한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을 거예요.
비록 소설의 깊이를 다 담아내기엔 부족했을지 모르지만, 두 주연 배우의 연기만으로도 충분히 감상할 가치가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평범한 로맨스에 실증 난 분들이라면, 이들의 위험하고 축축한 세계로 한 번 발을 들여보시는 건 어떨까요? 지금까지 여러분의 영화 가이드 루였습니다. 긴장감 넘치는 영화와 함께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