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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Day (2011) | 론 쉐르픽 감독 | 앤 해서웨이, 짐 스터게스
이 영화를 처음 고른 건 로맨스 영화라서가 아니었다. "매년 같은 날 두 사람을 따라간다"는 설정이 낯설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러닝타임 내내 시간이 흘러가는데도, 오히려 이상하게 마음은 한 자리에 붙잡혀 있었다. 사랑을 찾지 못하고 스쳐 보낸 하루들을 어떻게 살아야 했는가 — 이 질문이 요즘 세대에게도 유효하게 울린다.
사랑·우정, 엠마와 덱스터의 엇갈린 20년
이 영화의 구조적 핵심은 비선형 서사가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다. 매년 7월 15일, 딱 하루씩만 보여준다는 엄격한 선형성이야말로 론 쉐르픽 감독의 가장 영리한 연출 선택이다. 관객은 두 사람의 365일을 보지 못한다. 1년의 공백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오히려 더 불안하다.
엠마(앤 해서웨이)는 덱스터를 향한 감정을 20년 가까이 말하지 못한다. 덱스터(짐 스터게스)는 엠마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잃고 나서야 깨닫는다. 이 어긋남이 미장센 전체를 지배한다. 두 사람이 같은 프레임 안에 있어도 항상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장면은 엠마가 에든버러 언덕에서 덱스터에게 마침내 솔직해지는 순간이다. 대사 한 마디 없이, 그냥 걷는다. 그런데 그 침묵이 어떤 고백보다 무겁다. 감독은 사랑의 클라이맥스를 가장 조용한 방식으로 설계했다. 사랑이 드라마틱하지 않을 때 오히려 더 오래 남는다는 것을, 이 영화는 알고 있다.
OST와 소품: 감정의 설계도
이 영화가 오래 기억되는 이유는 이야기만이 아니다. 음악과 소품이 서사와 정밀하게 맞물린다.
•We Had Today – Rachel Portman ㅣ ▶ https://www.youtube.com/watch?v=AZNwIxHiA1M ㅣ 오스카 수상 작곡가 레이첼 포트먼이 쓴 영화의 메인 스코어. 피아노 선율이 두 사람의 색채 서사를 관통하며, 기쁨도 슬픔도 아닌 그 사이 어딘가의 정서를 담아낸다. 엠마와 덱스터가 처음 함께 아침을 맞는 장면에 흘러, "오늘 하루를 가졌다"는 제목 그대로 영화의 주제를 음표로 요약한다.
•St. Swithin's Day – Billy Bragg ㅣ ▶ https://www.youtube.com/watch?v=Bl0cXwSa6VY ㅣ 영국 싱어송라이터 빌리 브래그의 포크 발라드. 7월 15일 성 스위딘 축일을 배경으로, 끝내 전하지 못한 사랑을 노래한다. 원작 소설의 출발점이 된 곡으로, 영화의 가장 쓸쓸한 장면들에 다이어제틱 사운드처럼 스며들어 두 사람의 엇갈림을 가장 정직하게 대변한다.
•Somewhere Only We Know – Keane ㅣ ▶ https://www.youtube.com/watch?v=Oextk-If8HQ ㅣ 영국 밴드 킨의 앤섬. "우리만 아는 그 어딘가"라는 가사가 에든버러 언덕이라는 공간, 즉 두 사람만의 기억이 담긴 장소와 정확히 공명한다. 과거를 잃어가는 중년의 덱스터가 그 언덕으로 돌아가는 장면에 얹혀 감정을 완성한다.
대표 소품: 엠마의 안경
두꺼운 뿔테 안경은 엠마의 계급과 정체성을 가장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소품이다. 노동자 계층 출신으로 꿈을 향해 버텨가는 그녀의 현실적인 면모가, 화려한 덱스터와 대비되는 프레임 속에서 더욱 선명해진다. 영화 후반 엠마가 성공한 작가가 되고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안경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이 이 영화의 메시지다 — 변하지 않는 것이 아름답다.
대표 소품: 편지와 엽서
이메일도 문자도 아닌, 두 사람이 오랫동안 연락을 유지한 방식은 손으로 쓴 편지와 엽서다. 해외를 떠돌던 덱스터가 엠마에게 보내는 엽서들은 단순한 안부가 아니다. 그것은 "나는 여전히 너를 생각한다"는 증거이자, 말로는 고백하지 못한 감정의 흔적이다. 디지털 시대에 손 편지를 주고받는 두 사람의 모습은 이 사랑이 얼마나 아날로그적인 — 즉 느리고, 기다리고, 불완전한 — 것인지를 소품 하나로 말해준다.
대표 소품: 에딘버러 아서스 시트(Arthur's Seat) 언덕
공간 자체가 소품이다. 두 사람이 졸업식 날 처음 함께 오른 이 언덕은, 영화 처음과 끝에 다시 등장한다. 아무것도 쌓이지 않은 텅 빈 첫 번째 방문과, 모든 것을 잃은 뒤 홀로 돌아오는 마지막 방문 — 같은 장소가 전혀 다른 무게로 덮인다. 공간이 기억을 대신 보관한다는 이 영화의 가장 조용한 주제가 이 언덕 하나에 압축되어 있다.
이 영화가 남긴 질문
영화가 끝난 후 남는 것은 슬픔이 아니라 질문이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에게 나는 충분히 솔직했는가?" 말하지 못해 결국 잃고 마는 사랑을 지켜본 사람, 혹은 지금 그 사랑 한가운데 있는 사람 모두에게 추천한다.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오랫동안 친구였던 사람을 사랑하게 된 경험이 있는 분, 이미 지나간 인연이 문득 생각나는 분.
함께 보면 좋은 영화:
- 비포 선라이즈 (Before Sunrise, 1995) — 단 하루의 만남이 평생이 되는, 가장 순수한 형태의 사랑
- 어바웃 타임 (About Time, 2013) — 시간을 되돌릴 수 있어도 결국 현재가 전부라는 이야기
🎬 [참고 영상] 원데이 공식 예고편: https://www.youtube.com/watch?v=ExovC7ck2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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