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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바웃 타임 - 시간여행, OST와 소품, 이 영화가 남긴 질문
영화 어바웃 타임 - 시간여행, OST와 소품, 이 영화가 남긴 질문

 

 

 

어바웃 타임(About Time, 2013) | 리처드 커티스 감독 | 도널 글리슨, 레이첼 맥아담스, 빌 나이

영화를 처음 고른 건 순전히 무기력한 주말 오후였다. 특별한 기대 없이 켰던 이 영화가, 마지막 장면이 끝나고도 한참을 멍하게 앉아 있게 만들었다. "오늘 하루를 어떻게 살고 있는가"라는 단순하지만 무거운 질문을 던진 채. 현재를 소비하며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이 영화는 조용한 경보음처럼 울린다.

 

 

 

시간여행이 숨긴 역설

이 영화의 핵심 장치는 시간여행이다. 그러나 리처드 커티스 감독은 이 능력을 판타지적 스펙터클로 쓰지 않는다. 어두운 공간에서 두 주먹을 쥐면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는 설정은 극도로 단순하고, 의도적으로 초라하다. 감독의 진짜 질문은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무엇을 바꿀 것인가"가 아니라, "되돌릴 수 있어도 결국 바꾸지 못하는 것이 있다면?"이다.

팀은 사랑하는 아버지의 죽음을 되돌리려 하지만, 그 시도가 또 다른 소중한 존재를 지워버린다는 사실을 마주한다. 이 비선형 서사 속 딜레마야말로 영화 전체의 미장센을 지배한다. 능력이 있어도, 아니 능력이 있기 때문에 더 선명하게 느끼게 된다 — 어떤 순간은 단 한 번밖에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내가 가장 오래 멈춰 있었던 장면은 팀이 아버지와 마지막으로 해변을 걷는 씬이다. 아무 말 없이, 아무 사건 없이, 그냥 걷는다. 그런데 그 평범함이 칼처럼 가슴을 벤다. 커티스가 이 영화를 자신의 마지막 연출작으로 선언한 이유가 바로 이 장면에 있다고 생각한다.

 

 

 

OST와 소품: 감정의 설계도

이 영화의 감동이 오래가는 이유를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음악과 소품이라고 답한다. 커티스는 음악을 단순한 배경으로 쓰지 않는다. 장면과 곡이 공명하는 지점에서 비로소 관객은 무너진다.

 

The Luckiest – Ben Folds https://www.youtube.com/watch?v=KlLQbZaqiPA ㅣ 팀이 메리와 처음 사랑에 빠지는 순간을 감싸는 피아노 발라드. "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제목처럼, 사랑받는 것이 특권임을 담담하게 일깨운다. 경쟁도 극적 반전도 없이, 그냥 네 옆에 있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색온도(따뜻한 앰버 톤)의 정서와 완벽히 맞닿는다.

 

Into My Arms – Nick Cave & The Bad Seeds https://www.youtube.com/watch?v=LnHoqHscTKE ㅣ 아버지의 장례식 장면에 흐르는 곡. 신의 존재를 믿지 않지만, 사랑하는 사람만큼은 천사의 품에 안기길 바란다는 가사가 다이어제틱 사운드처럼 스며든다. 이 한 곡이 없었다면 그 장면의 무게는 절반도 되지 않았을 것이다.

 

How Long Will I Love You – Ellie Goulding https://www.youtube.com/watch?v=b2kkcjsobmk 영화의 감성적 색채 서사를 마무리하는 곡. 별이 존재하는 한, 바다가 흐르는 한 사랑하겠다는 가사는 시간여행이라는 영화의 주제와 서로를 비춘다. 결혼식 축가로도 사랑받는 이유를 들으면 알 수 있다.

 

대표 소품: 어두운 벽장·옷장·작은 밀실

팀이 시간을 되돌릴 때 찾는 공간은 화려한 타임머신이 아니다. 집 안의 어두운 구석, 화장실, 벽장이다. 이 소품적 공간은 커티스의 핵심 메시지를 시각화한다 — 시간여행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우리 일상의 틈 어딘가에 이미 있다는 것. 주먹을 쥐는 행위 역시 마찬가지다. 악기도, 주문도, 의식도 없다. 그냥 결심이다. 과거로 돌아가는 것은 결국 지금을 달리 살겠다는 의지의 메타포임을 이 단순한 소품들이 조용히 말하고 있다.

 

해변가 별장 (콘월 가족 별장)

팀 가족이 매년 여름을 보내는 콘월의 낡은 해변 별장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이곳은 시간여행 능력과 무관하게, 가족이 함께 존재했던 시간이 고스란히 쌓인 공간이다. 아버지와 탁구를 치고, 모래사장을 맨발로 걷던 그 집은 팀이 결국 지키고 싶었던 것이 '능력'이 아니라 '함께한 기억'임을 상징한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팀이 그 해변으로 돌아가는 장면은, 장소가 사람을 대신해 기억을 보관한다는 사실을 조용히 말해준다.

 

팀의 낡은 자전거

런던으로 상경한 팀이 매일 출퇴근에 쓰는 오래된 자전거는 그의 삶의 태도 자체다. 화려한 런던의 풍경 속에서 자전거를 타는 팀의 모습은 주변을 '통과'하는 것이 아니라 '느끼며 지나가는' 사람임을 보여준다. 영화 후반, 팀이 시간여행을 포기한 뒤에도 같은 자전거로 같은 길을 달리는 장면이 나온다. 달라진 것은 속도가 아니라 시선이다. 소품 하나가 영화 전체의 주제 — 현재를 두 번 사는 것 — 를 가장 일상적인 방식으로 체현한다.

 

 

 

이 영화가 남긴 질문

이 영화는 끝나고도 질문이 따라온다. "오늘 하루를 두 번 살 수 있다면, 두 번째엔 무엇을 다르게 할 것인가?" 이미 지나간 어제를 아쉬워하는 사람,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 곁의 평범한 하루가 선물임을 잠시 잊고 있는 모든 이에게 추천한다.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가족이나 연인과의 시간이 소홀해진 것 같다 느끼는 분, 삶의 속도에 지친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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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 영상]

어바웃 타임 공식 예고편: https://www.youtube.com/watch?v=yj_0VEimHs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