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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코미디 이미지가 강했던 공효진이 이 작품에서 보여준 모습은, 영화가 시작되고 10분도 지나지 않아 제가 가진 선입견을 완전히 무너뜨렸습니다. 2016년 개봉한 미씽: 사라진 여자는 단순한 실종 추리극이 아닙니다.
워킹맘 지선과 보모 한매, 두 여자의 이야기. 단순 실종 스릴러가 아니라 이주여성과 워킹맘이라는 사회적 화두를 정면으로 다룬 작품이었다. 한국 사회가 오랫동안 외면해 온 이주여성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작품으로, 제가 본 한국 스릴러 중 가장 불편하고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영화입니다. 보고 나서 며칠간 '한매'라는 인물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모성 - 가장 인상 깊은 명장면
영화에서 가장 충격적인 건 결말부 바다 장면입니다. 한매가 다은이를 지선에게 돌려보내고 스스로 바다로 걸어 들어가는 그 롱테이크는, 단순한 자살 장면이 아니라 한매가 자신의 죗값을 치르는 동시에 자신이 잃어버린 모성을 다은이에게 투영해 마지막으로 완성하는 의식처럼 느껴졌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장면에서 가장 와닿았던 건 색온도였다. 차갑고 푸르스름한 톤이 시종일관 깔리는데, 이 장면에서만큼은 그 차가움이 오히려 한매의 마음속 온도와 대비되어 더 시리게 느꼈습니다. 다른 관점에서 비판하자면, 한매의 서사가 후반부에 몰려 있어서 초반 지선의 시점에서는 그녀가 다소 평면적인 '의문의 인물'로만 그려진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다만 그 불균형이 오히려 관객이 지선과 같은 입장에서 진실을 마주하게 만드는 의도된 연출이라면, 이건 꽤 영리한 선택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영화 속 OST와 소품, 감정의 밀도를 높히는 핵심적인 역할
OST와 소품 이야기
[영화 OST 듣기]
https://www.youtube.com/watch?v=CqI5M1VD9E8&list=OLAK5uy_kYcB97j5tdt5yBCr-4-ncxgRGThbKTUGQ&index=2
• 심현정 음악감독의 스코어는 이 영화의 다이어제틱 사운드와 비다이어제틱 음악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듭니다.
• 지선이 한매의 흔적을 쫓는 장면마다 깔리는 현악 위주의 긴장감 있는 멜로디는 관객의 심박수를 그대로 따라갑니다.
• 한매의 회상 장면에 흐르는 멜로디는 한매가 중국에서 겪었던 폭력적인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음악인데, 묘하게도 자장가처럼 들리는 선율이라 그녀가 빼앗긴 모성을 음악적으로 표현한 듣 느껴졌습니다.
• 마지막 바다 장면의 음악은 거의 무음에 가까운 미니멀한 구성인데, 그 침묵이 오히려 가장 큰 감정을 전달한다는 점에서 이 영화의 음악적 완성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 한매가 다은이를 달랠 때 부르던 자장가 멜로디는 영화 전반에서 반복되며, 청각적 복선(foreshadowing)으로 작동합니다. 청각적 복선이란 시각 정보 없이 소리만으로 앞으로 전개될 사건을 암시하는 기법입니다.
• 딸 제인의 이름이 수놓인 자수는 한매가 중국에서 팔려와 온갖 핍박을 받으면서도 놓지 않은 유일한 모성의 증거입니다.
• 김치 냉장고는 이 영화에서 가장 잔인한 소품으로, 차갑게 보존된 비극의 상징입니다. 제가 그 장면을 본 뒤 한동안 냉장고 문 여는 게 꺼려졌을 정도였습니다.
소품 면에서는 먼저 다은이의 인형이 눈에 들어옵니다.
• 첫 번째는 이 인형은 단순한 아이의 장난감을 넘어서, 한매가 지선의 가정에 자신을 동화시키려는 욕망과 동시에 자신이 잃어버린 아이를 대신하려는 감정의 매개체로 기능합니다.
• 두 번째로 한매의 휴대폰은 그녀의 진짜 신분과 과거를 감추는 도구이자, 영화 중반 지선이 진실에 다가가는 핵심 단서가 되는 장치입니다. 화면 구성상 휴대폰이 클로즈업되는 순간마다 색채 서사가 차가운 무채색으로 전환되는데, 이는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관계가 차갑게 식어간다는 은유로 입혔습니다.
• 세 번째는 지선의 사무실 책상 위 가족사진입니다. 영화 초반에는 평범한 배경 소품처럼 등장하지만, 후반부 지선이 그 사진을 다시 바라보는 미장센은 그녀가 놓치고 있던 '엄마로서의 자신'을 자각하는 전환점으로 작용합니다.
이 영화는 "진짜 엄마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끝까지 던진다. 모성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시선을 함께 고민하고 싶은 분들께 추천합니다.
공효진의 변신이 만들어낸 스릴러의 결
제가 직접 영화를 보면서 가장 충격받은 장면은, 한매가 경찰과 대치하던 순간 딸 제인의 이름이 새겨진 자수를 발견하며 무너지는 장면이었습니다. 대사 한 마디 없이 표정과 몸짓만으로 20년 치 고통을 쏟아낸 그 연기는, 제가 평론가 생활을 하면서도 손에 꼽을 만한 장면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미장센(mise-en-scène) 기법을 매우 치밀하게 활용합니다. 감독 이언희는 한매의 공간을 항상 좁고 어둡게, 지선의 공간은 넓고 밝게 대비시키며 두 여성의 계급적 위치를 시각적으로 각인시킵니다. 이 대비 연출은 한 번만 봐도 직관적으로 느껴지는데, 제 경험상 이런 공간 연출이 설명 없이 감정을 전달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국내 이주여성 인권 실태를 다룬 자료에 따르면, 결혼 이주여성의 30% 이상이 가정 내 폭력 또는 방임을 경험했다고 보고되었습니다(출처: 여성가족부). 한매의 서사는 단순한 캐릭터 설정이 아니라 이 통계 뒤에 숨겨진 수많은 실제 삶의 축약입니다.
이 영화가 제게 남긴 질문은 하나입니다. "나는 제인의 병상을 빼앗은 사람인가, 아니면 한매를 이해하려는 지선인가." 어느 쪽도 편하게 답할 수 없었습니다. 그게 이 영화의 진짜 힘입니다. 결말이 궁금한 분보다 결말 이후가 불편하기를 원하는 분께 이 영화를 권합니다.
• 추천 영화:
비슷한 결의 영화를 찾는다면 82년생 김지영, 걸캅스 ,한공주와 도희야를 권합니다. 두 작품 모두 사회적 약자의 시선으로 한국 사회의 이면을 파고드는 작품으로, 미씽: 사라진 여자와 연결해서 보면 더 깊은 맥락이 읽힙니다.
[리뷰 참고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s-6Z53lXF0I
[영화 속 OST] https://www.youtube.com/watch?v=CqI5M1VD9E8&list=OLAK5uy_kYcB97j5tdt5yBCr-4-ncxgRGThbKTUGQ&index=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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