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절 저는 통계학 소모임에서 복잡한 데이터 모델링 과제를 아무도 모르게 완벽히 해결해 놓고 뒤로 숨곤 했습니다. 굿 윌 헌팅을 다시 꺼내 본 건 그 시절이 문득 떠올라서였는데, 단순한 천재 성장 영화라는 선입견과 달리 이 작품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질문을 던지고 있었습니다. 천재적인 두뇌를 가지고 태어났지만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월의 이야기 담았습니다. 그는 명석한 지능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지만, 정작 자신의 마음에 따뜻한 말을 담지 못했습니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나의 잘못이 없음을 위로하며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메시지를 남기는 영화입니다. 천재성을 가진 윌과 숀 교수의 만남MIT 복도의 수학 문제를 청소부 윌이 단숨에 풀어낸다는 설정은 극적이지만, 제 솔직한 얘기로 이건 예상 밖으로 ..
내 인생의 영화, 누군가에게도 도움이 되는 영화입니다. 젊은 친구들에게 영혼을 채워주고 절대로 시들지 않게 버티게 해 주는 영화입니다. 선생님이라는 존재가 아직 미숙한 상태의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보여주는 탄탄한 영화입니다. 학생들에게는 절대적인 존재이면서도 선생님의 한 마디, 행동들이 나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모릅니다. 누군가 정해준 정답만 받아쓰다 보면, 어느 순간 자기 목소리가 뭔지도 잊게 됩니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는 바로 그 답답함에서 시작합니다. 획일화된 교육 시스템 안에서 자신을 잃어가는 아이들이 한 선생님을 만나 조금씩 변해가는 이야기, 그리고 그 변화가 왜 어떤 이에게는 해방이 되고 어떤 이에게는 비극이 되는지를 생각해 보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카르페디..
예고편만 보고 식상한 사제지간 성장담을 그린 영화라 생각했습니다. 진솔하게 말씀드리면, 이 영화는 그냥 '미국판 감성 신파'로 뭉뚱그려졌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고 나서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우리 집안 전체를 과거부터 지금까지의 모습을 그려보았습니다. 모든 가정사가 똑같지는 않겠지만 유독 우리 집안만은 다른 것 같습니다. 이유가 뭔지 따져보다가 문득 어린 시절과 학창 시절, 그리고 대학 시절이 떠올랐고, 그때서야 이 영화가 왜 마음에 걸렸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각자의 위치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과 생각, 상대방에게서 느껴지는 감정들. 그들은 함께 있지만 언제나 혼자였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 영화의 심층적 의미를 자세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시작합니다. 영화《바튼 아카데..
매일 아침 저는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스마트폰을 켜곤 했습니다. 밀린 메일, 포털 상단을 장식한 자극적인 뉴스들, 그리고 누군가의 근사한 일상 사진들까지. 그걸 확인하고 나서야 겨우 하루가 시작되는 기분이었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 습관은 저를 하루하루 '살아내게'는 해줬을지언정, 주체적으로 '살아가게' 해 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영화 를 보고 나서야 저는 그 한 끗 차이의 의미를 제대로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심리적 방어기제영화는 철저히 시간의 순리대로 흘러가는 선형 서사(linear narrative) 구조를 취합니다. 역순행이나 화려한 교차편집 없이, 그저 주인공 히라야마의 하루하루가 담담하게 쌓여가는 형식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극도로 단순한 구조가 오히려 그의 복잡한 내면을 더..
공포 영화에서 진짜 무서운 것이 귀신일까요, 아니면 사람의 머릿속일까요? 저는 오래된 연립 주택으로 이사한 직후, 벽 틈새에서 들리는 긁는 소리 때문에 연인을 의심하기 시작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2014년 아일랜드 공포 영화 《더 커널》을 보는 내내, 그 기억이 자꾸 떠올랐습니다. 이 영화가 단순한 귀신 영화가 아닌 이유가 바로 거기 있습니다. 저주받은 집: 아날로그 공포와 내러티브 구조 분석《더 커널》의 서사 구조는 고전적인 하우스 호러(house horror) 장르의 공식을 따르면서도, 심리 스릴러적 요소를 의도적으로 겹쳐놓는 방식을 택합니다. 하우스 호러란 특정 공간, 즉 집 자체에 깃든 악의적 힘이 거주자를 잠식해 가는 공포 서브 장르를 말합니다. 이 영화에서 그 공간은 단순히 귀신이 나오는 집..
저도 한때는 낮에 문을 걸어 잠그고 살았습니다. 신체적인 이유로 사람들 시선이 두려웠고, 오직 모두가 잠든 밤에만 집 앞 공터에서 기타를 쳤습니다. 그러다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단순한 하이틴 로맨스라고 생각했는데, 스크린 속 케이티의 밤이 제 기억과 너무 닮아 있었습니다. 한정된 공간과 시간에서 만 누릴 수 있는 삶. 집요하게 자신을 가두어야만 인생을 누릴 수 있는 집. 피폐해지는 하루하루가 이 영화에서는 인생을 누릴 수 있는 가능성과 사랑이라는 로맨스로 풀며 행복을 이어가는 이야기입니다. 색소성 건피증, 그리고 밤에만 허락된 삶영화의 핵심 설정은 색소성 건피증(XP, Xeroderma Pigmentosum)입니다. XP란 자외선(UV) 손상을 복구하는 DNA 수선 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