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울 (Soul, 2021) — 삶의 의미를 묻는 가장 어른스러운 질문

픽사가 또 한 번 해냈다. 〈소울 Soul, 2021〉은 2020년 제작되어 국내에는 2021년 1월 극장 개봉한 애니메이션으로, 〈업〉과 〈인사이드 아웃〉을 만든 피트 닥터 감독의 신작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 극장 개봉 대신 디즈니+(Disney Plus) 스트리밍으로 먼저 공개된 특이한 이력을 가진 작품이기도 하다.
제목 그대로 이 영화는 재즈 음악을 사랑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삶과 죽음, 존재의 의미, 영혼에 관한 이야기를 유쾌하면서도 진지하게 담아냈다. 단순히 사후세계를 다루는 판타지가 아니라, 삶의 목적이란 무엇인지,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은 과연 무엇인지를 정면으로 묻는 철학적인 작품이다. 화려한 액션도, 극적인 반전도 없다. 대신 잔잔하고 깊은 여운이 영화가 끝난 후에도 한동안 머릿속을 맴돈다. 어른을 위한 애니메이션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픽사 작품이다.
1. 줄거리 요약
소울 2021은 뉴욕의 한 중학교에서 음악을 가르치는 조 가드너는 평범한 교사의 삶에 만족하지 못한다. 그의 진짜 꿈은 전문 재즈 피아니스트로 무대에 서는 것. 그러던 어느 날, 평소 동경하던 유명 재즈 밴드의 피아니스트로 활약할 기회가 찾아온다. 생애 최고의 순간을 앞두고 흥분한 나머지 맨홀에 추락한 조는 의식을 잃고, 그의 영혼은 죽음 이후로 향하는 길목에 놓이게 된다.
이를 받아들일 수 없는 조는 필사적으로 탈출을 시도하고, 아직 태어나지 않은 영혼들이 지구 통행증을 완성하는 공간인 '태어나기 전 세상'에 떨어진다. 이곳에서 조는 수천 년 동안 지구에 가기를 거부해 온 시니컬한 영혼 '22'의 멘토를 맡게 된다. 링컨, 간디, 테레사 수녀도 손을 든 문제적 영혼이 바로 22다.
조는 22에게 삶의 위대함을 보여주면 지구 통행증을 얻어 자신의 몸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품는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두 존재는 뒤바뀐 채 지구로 내려오고, 22는 조의 몸으로, 조는 고양이의 몸으로 뉴욕 거리를 경험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22는 햇볕의 따뜻함, 피자 한 조각의 맛, 낙엽이 떨어지는 순간 같은 지극히 평범한 일상에서 삶의 불꽃을 발견한다.
마침내 무대에 오른 조는 꿈에 그리던 공연을 성공리에 마치지만, 공연이 끝난 후 이상하리만큼 공허함을 느낀다. 그토록 원하던 것을 손에 쥐었는데도 채워지지 않는 그 감각. 영화는 그 공허함을 통해 핵심 메시지를 전달한다. 삶의 목적은 거창한 꿈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것 자체에 있다는 것이다.
2. 주요 출연진
〈소울, 2021〉은 애니메이션이지만 성우진의 존재감이 실사 영화 못지않게 강렬하다. 각 캐릭터의 개성과 감정선이 목소리만으로도 충분히 전달된다는 점에서, 이 작품의 캐스팅은 그 자체로 하나의 완성도를 갖춘다.
주인공 조 가드너의 목소리는 제이미 폭스가 맡았다.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 경력의 배우답게, 꿈을 향한 열망과 좌절, 그리고 마지막의 깨달음까지 목소리 하나로 섬세하게 표현해 낸다. 재즈 피아니스트라는 설정과 맞물려, 음악에 몸을 맡기는 조의 황홀경 장면들은 제이미 폭스의 감각적인 연기 덕분에 한층 생동감을 얻는다.
22 역은 티나 페이가 연기한다. 수천 년을 살아온 영혼답게 세상 모든 것에 냉소적이고, 삶의 의미 따위는 관심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는 캐릭터다. 그러나 뉴욕 거리에서 일상을 처음 경험하며 조금씩 변해가는 과정이 티나 페이의 특유의 유머 감각과 맞물려 영화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장면들을 만들어낸다. 극 중 가장 많은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책임지는 캐릭터다.
필리샤 라샤드는 조의 어머니 도로시아 역으로 등장한다. 아들의 음악에 회의적이면서도 끝내 지지를 보내는 인물로, 짧은 등장에도 불구하고 묵직한 감정을 남긴다. 영혼 세계의 관리자 제리는 앨리스 브라가, 도망친 영혼을 쫓는 카운터 테리는 레이첼 하우스가 목소리를 맡아 세계관의 규칙과 유머를 동시에 담당한다. 음악 감독으로는 재즈 뮤지션 존 바티스트와 트렌트 레즈너, 애티커스 로스가 참여해 영화의 감성을 완성했다.
3. 평점 및 리뷰 반응
〈소울, 2021〉은 개봉 이후 국내외 모두에서 압도적인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는 100%에 가까운 수치를 기록했고, 제73회 칸 영화제와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받으며 공개 전부터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결과적으로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상과 음악상을 수상하며 그 완성도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국내 평론가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영화 평론가 이동진은 지난 10년간 최고의 픽사 작품이라며 별 4.5개를 매겼고, 〈라따뚜이〉, 〈월-E〉, 〈업〉을 잇는 픽사의 명작 반열에 올려놓았다.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일깨워준다는 평과 함께, 어른들에게 더 깊이 와닿는 작품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다만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일부 관람객들은 사후세계라는 묵직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세계관의 논리적 허점이 눈에 띈다고 지적했다. 또한 영화가 전달하는 메시지 자체는 훌륭하지만, 지나치게 교훈적으로 설파하는 방식이 가끔 설교처럼 느껴진다는 평도 있었다. 어린아이에게는 다소 철학적이고 어렵다는 점 역시 한계로 꼽힌다.
종합적으로 〈소울〉은 픽사가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성숙한 지점에 서 있는 작품이다. 웃기고 따뜻하면서도 삶의 본질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극장을 나서는 순간이 아니라, 며칠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여운이 깊어지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