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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치매를 '노인이 되면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것'쯤으로 막연하게 여겼습니다. 그런데 한평생 치열하게 달려온 사람이 하루아침에 아내의 도움 없이는 밥 한 술도 못 뜨게 되는 모습을 직접 마주하고 나서야, 뇌 건강이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뼛속 깊이 깨달았습니다. 혈관성 치매는 막을 수 있습니다. 그 방법을 제가 직접 겪고 찾아낸 이야기로 풀어보겠습니다.
혈관성 치매, 막을 수 있는데 왜 이렇게 무서운가
제가 실수한 부분이 있었는데, 그건 "치매는 알츠하이머뿐"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한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치매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고, 그중 혈관성 치매(Vascular Dementia)는 알츠하이머와 달리 예방과 진행 억제가 상당 부분 가능합니다. 혈관성 치매란 뇌로 가는 혈류가 막히거나 끊기면서 뇌세포가 손상되어 생기는 인지 장애를 말합니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흡연 같은 위험 요인이 뇌혈관을 좁히고, 결국 동맥경화와 혈전이 쌓이면서 뇌출혈이나 뇌경색으로 이어지는 구조입니다.
제가 참고한 사례 중에 20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오른쪽 편마비에 혈관성 치매까지 진행된 분이 있었습니다. 젊은 시절 토목 사업을 크게 일군 CEO였는데, 극도의 스트레스와 불규칙한 식습관이 결국 뇌혈관을 망가뜨렸습니다. "부지런히 벌고 높이 올라가는 것"에만 집중하느라 정작 혈관 건강은 완전히 방치한 결과였죠.
뇌신경 세포 주변에는 크고 작은 혈관이 촘촘하게 분포되어 있습니다. 이 혈관들이 막히는 순간 산소와 포도당 공급이 끊기고, 그 자리부터 뇌세포가 죽어 나갑니다. 이미 손상된 부분은 되돌릴 수 없지만, 추가 손상은 막을 수 있다는 것이 혈관성 치매가 다른 치매와 구별되는 핵심입니다. 출처: 미국 국립노화연구소(NIA)에서도 혈관성 치매는 위험 요인 관리를 통해 예방 가능성이 높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인지 훈련이 실제로 뇌를 바꾼다는 증거
솔직히 처음엔 반신반의했습니다. "숫자 거꾸로 세기나 단어 외우기 따위가 뭘 바꾸겠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매일 10~15분씩 인지 기능 훈련을 이어가다 보면, 머리가 느릿느릿 돌아가던 감각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이 느껴집니다.
핀란드에서 시행된 핑거 연구(FINGER Study)가 이를 과학적으로 뒷받침합니다. 핑거 연구란 2년에 걸쳐 식습관 관리, 운동, 인지 훈련, 사회 활동을 복합적으로 개입시켜 치매 발병률 변화를 추적한 대규모 임상 연구입니다. 결과적으로 기억력과 집중력을 포함한 인지 기능이 유의미하게 향상되었고, 약물 없이 치매 발병을 3년까지 늦출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출처: The Lancet (FINGER Study, 2015)
국내에서도 비슷한 실험이 있었습니다. 만 65세 이상 25명을 대상으로 30일간 인지 기능 훈련 프로그램과 전신 체조를 주 5회 병행한 결과, 참가자 평균 인지 기능 점수가 상승했습니다. 특히 주의력(Attention)의 향상폭이 두드러졌는데, 주의력이란 외부 자극 속에서도 특정 대상에 집중을 유지하는 뇌의 실행 기능을 뜻합니다. 과제를 끝까지 수행한 참가자들은 점수가 올랐고, 그렇지 못한 참가자들은 오히려 유지하거나 떨어진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 차이가 제게는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얼마나 좋은 프로그램이냐'보다 '얼마나 꾸준히 하느냐'가 결과를 가른 것이었으니까요.
- 주의력 훈련: 특정 숫자나 신호에만 반응하는 과제로 전두엽 실행 기능 자극
- 단기 기억력 훈련: 단어·도형 암기 후 회상하는 방식으로 해마와 전두엽계 활성화
- 장기 기억 회상 훈련: 과거 사진이나 익숙한 이미지를 활용해 해마의 기억 저장 경로를 강화
- 청각 기능 과제: 소리를 듣고 문제를 푸는 방식으로 측두엽 자극
뇌 건강과 운동의 관계, 77세 보디빌더에게 배웠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운동이 치매 예방에 좋다는 말은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지만, 실제로 그게 얼마나 강력한지는 44년생 77세 여성 보디빌더의 사례를 접하고 나서야 실감했습니다. 3년 전 척추관 협착증으로 한쪽 다리를 제대로 딛지도 못하던 분이, 근력 운동을 시작한 뒤 30대와 겨루는 보디빌더 대회에서 2위를 기록했습니다.
더 놀라운 건 인지 기능 검사 결과였습니다. 75세 기준으로 집중력 상위 1%, 전두엽(Frontal Lobe) 능력 상위 2%를 기록했습니다. 전두엽이란 계획 수립, 판단, 집중력 등 고차원적 사고를 담당하는 뇌의 가장 앞부분으로, 노화와 치매가 가장 먼저 영향을 미치는 영역 중 하나입니다. 55세와 비교해도 집중력 상위 3%, 기억력 역시 50대 평균을 웃돌았습니다.
미국 매사추세츠 병원 신경학 연구팀은 수년간의 추적 관찰을 통해 신체 활동이 기억 상실과 뇌세포 소멸을 줄인다는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 가이드라인에서도 65세 이상 성인에게 유산소 운동을 주 150분 이상, 근력 운동을 주 2회 이상 권고하고 있습니다.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 균형 훈련 세 가지를 함께 해야 효과가 가장 크다는 것도 핑거 연구 설계자인 미아 키펠터 교수가 직접 강조한 부분입니다.
제가 직접 해봤더니 체조 동작을 따라 하면서 노래를 동시에 듣는 것만으로도 뇌에 상당한 자극이 온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보고 따라 하는 시각 정보는 후두엽(Occipital Lobe)을 자극하고, 음악 소리는 측두엽(Temporal Lobe)을 활성화하며, 몸의 균형을 잡는 과정은 두정엽(Parietal Lobe)을 깨웁니다. 뇌 전체를 동시에 쓰는 셈입니다.
건강을 잃고 나서야 알게 된 것들
저는 가장 뼈아픈 방식으로 배웠습니다. 앞만 보고 달리던 시절, 혈관 건강 같은 건 신경 쓸 겨를이 없었습니다. 그게 뭔데?! 그랬었죠. 스트레스는 쌓이고 식습관은 무너졌으며, 잠은 늘 부족했습니다. 그렇게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다 보면, 어느 날 갑자기 모든 게 무너집니다.
정신이 흐트러지기 시작했을 때, 저를 붙잡아 준 것은 거창한 치료가 아니었습니다. 첫째는 식단이었습니다. 뇌와 혈관을 공격하던 정제 탄수화물과 당분을 줄이고, 마, 아로니아, 케일, 브로콜리 같은 항산화 식품으로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항산화 식품이란 활성산소로부터 세포를 보호하는 성분이 풍부한 식품으로, 혈관 염증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줍니다.
둘째는 인지 재활 훈련이었습니다. 숫자 거꾸로 세기, 단어 암기, 회상 훈련 같은 낯선 과제들이 처음엔 무척 귀찮고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젊은 사람도 어렵다며 투정 부리고 싶었죠. 하지만 그 귀찮음을 이겨내고 나니 조금씩 머리가 돌아가는 감각이 살아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셋째는 사회적 연결이었습니다.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인지 기능 저하 속도가 빨라진다는 것, 제 경우에도 그게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우울감(Depression)이 높아질수록 치매 발병 위험이 함께 올라간다는 연구 결과는 이미 여러 논문이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아내와 눈을 맞추고 대화하는 시간, 동네 어른들과 모여 웃는 시간이 약이었습니다. 지나온 날들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오늘 하루를 온전히 살아내는 것 자체가 뇌를 살리는 방법이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혈관성 치매는 알츠하이머랑 어떻게 다른가요?
A. 알츠하이머는 뇌에 이상 단백질이 쌓여 신경세포가 서서히 파괴되는 방식이라 현재로선 근본적인 치료가 어렵습니다. 반면 혈관성 치매는 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면서 뇌세포가 손상되는 방식이라, 고혈압·당뇨 같은 위험 요인을 미리 관리하면 발생 자체를 상당 부분 막을 수 있습니다. 제가 직접 찾아보고 느낀 가장 큰 차이는 "예방의 여지"였습니다.
Q. 치매 예방 운동은 어떤 걸 얼마나 해야 하나요?
A. WHO 가이드라인 기준으로 유산소 운동을 주 150분 이상, 여기에 근력 운동과 균형 훈련을 조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중요한 건 종목이 아니라 꾸준함입니다. 수영이든 걷기든 좋아하는 걸 골라서 매주 빠지지 않는 것, 제 경험상 그게 제일 어렵고 제일 중요했습니다.
Q. 집에서 혼자 할 수 있는 인지 훈련이 있나요?
A. 단어 10개를 읽고 잠시 후 떠올리는 회상 훈련, 100에서 7씩 빼는 연속 계산, 복잡한 도형을 보고 기억해서 그리기 같은 방법은 별도 도구 없이 바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태블릿이나 스마트폰 기반의 디지털 인지 훈련 앱도 최근 많이 개발되어 있으니 활용해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Q. 치매는 유전이라 어차피 막을 수 없는 거 아닌가요?
A. 유전적 소인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생활 습관이 발병 여부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큽니다. 죽는 날까지 건강한 뇌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분명히 존재하고, 핑거 연구를 포함한 여러 임상 결과가 생활 습관 개입만으로도 치매 발병 시기를 수년 늦출 수 있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유전이 운명은 아닙니다.
결론
치매는 나이가 들면 반드시 찾아오는 숙명이 아닙니다. 제가 직접 마주하고 나서 내린 결론은 단순합니다. 혈관을 지키고, 뇌를 쓰고, 사람과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혈관성 치매는 특히 그 세 가지를 얼마나 일찍, 얼마나 꾸준히 실천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 100세 두뇌를 위한 최고의 마법같은 식재료는 달걀이라고.. 치매 예방을 위해 가장 권장되는 식재료는 달걀입니다. 저도 과거에는 콜레스테롤 문제로 기피되기도 했으나, 최신 임상 결과는 콜레스테롤 섭취와 혈중 수치의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부정한다고 합니다. 달걀이 치매 예방의 1등 공신인 이유는 필수 아미노산 지수(단백가)에서 유일하게 만점을 받은 완전식품이기 때문입니다. 두뇌 구성과 근육 유지를 위해 필수적인 양질의 단백질을 공급하여 치매를 예방하고 뇌 세포를 활성화합니다. 저도 하루에 달걀 2~3개는 먹습니다. 삶아서도 먹고, 후라이 해서도 먹습니다. 꾸준히 드세요. 좋아집니다.
지금 너무 치열하게 달리느라 혈압 수치 하나 들여다볼 틈도 없다면, 잠깐 멈춰서 오늘 자신의 뇌 건강을 점검해보시길 바랍니다. 건강을 잃고 후회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가장 값비싼 수업입니다. 저는 이미 그 수업을 치렀고, 지금은 매일 아내와 따뜻한 밥 한 끼 나누며 한 걸음씩 걷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