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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50대가 되기 전까지 운동이 '선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바쁘면 미루고, 피곤하면 건너뛰고. 그런데 어느 날 아침 눈을 뜨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더군요. 운동은 돈 주고 사는 게 아니라 매일 치러야 하는 임대료 같은 것이라는 말이, 그때서야 비로소 살갗에 와 닿았습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생각만 하고 실천으로 까지 수만가지 생각을 하면서 내 자신과 전쟁을 치룬다. 갈까 말까, 할까 말까.. 귀찮거나 하기 삻으면 안되는 일만 늘어 놓는다. 결국 자신과 타협하며 끝은 방 구석이나, 침대위에서의 스마트폰이다.
조금씩 아픈 다음에 결국 깨닿는다. 그 때부터 시작한다. 늦은 건 아니지만 그만큼 끌어 올리려면 그만큼 힘이 든다.
운동을 미룬 대가, 내 몸 임대료. 저는 몸으로 치렀습니다
80~90년대에 사회생활을 시작한 분들이라면 공감하실 겁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 저녁까지 근무가 당연하던 시절, 운동은 사치에 가까웠습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생업과 육아에 치이다 보니 몸은 뒷전이었고, 젊음이 알아서 다 버텨줄 거라는 근거 없는 믿음 하나로 살았습니다.
그 믿음이 무너진 건 40대 초반이었습니다. 만성 피로가 쌓이면서 아침에 일어나는 것 자체가 숙제처럼 느껴졌고, 일상적인 집안일도 버거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병원에서는 근감소증(sarcopenia) 초기 징후가 보인다고 했습니다. 근감소증이란 나이가 들면서 근육량과 근력이 동시에 줄어드는 현상으로, 단순히 힘이 약해지는 것이 아니라 낙상 위험과 대사 기능 저하로 이어지는 심각한 신호입니다.
그 진단을 받고 나서야 제가 얼마나 오래 몸에 빚을 지며 살았는지 실감했습니다. 구원은 셀프였습니다. 변화는 제 손으로 만들어야 했습니다. 처음에는 거창하게 헬스장 등록부터 하려니 엄두도 안 났습니다. 결국 시작은 동네 산책이었습니다. 숨이 찰 정도로 걷고, 장바구니를 직접 들어 악력을 기르는 것부터였습니다.
- 매일 15~20분, 숨이 약간 차오를 정도의 빠른 걷기
-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장보기는 직접 들고 이동
- 밤 스마트폰을 끊고 수면의 질 확보
- 밀가루·가공식품을 줄이고 단백질 섭취 의식적으로 늘리기
세계보건기구(WHO)는 성인 기준 주 150분 이상의 중강도 유산소 활동을 권고하고 있습니다(출처: WHO 신체활동 가이드라인). 저는 처음엔 이 기준조차 벅찼습니다. 하지만 하루 1%씩, 24시간 1440분 중 단 15분만 투자하자는 단순한 마음이 버팀목이 됐습니다.
꾸준함은 의지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였습니다
운동을 시작하면 몇 달 안에 그만두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는 말, 들어보셨을 겁니다. 저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며칠 반짝하다 멈추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는지 모릅니다. 그때마다 든 생각은 '역시 나는 의지가 약해'였는데, 돌이켜보면 그건 의지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이를 현재 편향(present bias)이라고 부릅니다. 현재 편향이란 먼 미래의 이익보다 눈앞의 편안함에 더 큰 가중치를 두는 인지적 경향으로, 소파에 한 번 앉으면 다시 일어나기가 극도로 어려워지는 현상을 설명합니다. 헬스장이 집 앞에 있어도 못 가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의지만으로는 이 편향을 이기기 어렵습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 '작은 구조'였습니다. 할까 말까 망설여질 때는 무조건 하기로 룰을 정한 것입니다. 그 사소한 결정 하나가 삶의 다른 기로에서도 망설임 대신 실행을 선택하는 근육이 됐습니다. 운동 습관이 단순히 몸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른 차원의 이야기였습니다.
혼자 하기 어렵다면 함께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운동 인증 단톡방처럼 서로 15분 운동을 공유하고 격려하는 환경을 만들면, 잘해도 못해도 응원받는 구조가 됩니다. 제 경험으로는 이 '함께하는 구조'가 의지보다 훨씬 강했습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연구에서도 운동 지속률은 혼자 할 때보다 그룹 참여 시 유의미하게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출처: 국민체육진흥공단).
운동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가족을 위한 책임입니다
운동이 건강에 좋다는 건 누구나 압니다. 길 가는 사람 붙잡고 물어봐도 90%, 아니 거의 전부 가치 있다고 답할 겁니다. 그런데 실제로 그 혜택을 꾸준히 가져가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저도 한동안 그 간극 안에 살았습니다.
생각이 바뀐 건 부모님을 보면서였습니다. 평생 가사와 생업에 헌신하며 본인 건강을 뒷전으로 미뤄온 부모님이 노년에 고생하시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봤습니다. 자녀로서 안타까운 마음이 컸는데, 동시에 '저도 같은 패턴으로 살면 제 아이들이 똑같은 마음을 갖게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대물림을 끊고 싶었습니다.
60대, 70대에도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몸을 만들어 놓는 것이 자녀에게 짐이 되지 않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지금은 확신합니다. 근력 운동(resistance training)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근력 운동이란 근육에 저항을 가해 근섬유를 자극하고 근력과 근지구력을 향상시키는 운동 방식으로, 노년기 근감소증 예방과 낙상 방지에 특히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유산소 운동과 병행할 때 그 효과가 배가됩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살이 빠지고 싶어서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운동이 저 자신만을 위한 게 아니라는 걸 느꼈습니다. 매일 몸을 움직이는 행위가 가족에 대한 책임의 실천이라는 감각, 그게 생겼을 때부터 운동이 훨씬 끊기기 어려워졌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운동 습관을 만들려면 얼마나 걸리나요?
A. 흔히 21일 법칙을 얘기하는데, 실제로는 개인차가 큽니다. 제 경우엔 3개월 정도 지나서야 '안 하면 이상한' 감각이 생겼습니다. 중요한 건 기간보다 하루도 빠지지 않는 '연속성'보다, 빠지더라도 다음 날 다시 이어가는 '복원력'이었습니다. 처음부터 완벽함을 요구하면 오히려 금방 포기하게 됩니다.
Q. 나이 들어서 시작해도 근육이 생기나요?
A.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생깁니다. 근신경 적응(neuromuscular adaptation)이 먼저 일어나고, 이후 근섬유 자체가 비대해지는 단계로 넘어갑니다. 다만 나이가 들수록 회복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에 운동 강도보다 빈도와 충분한 단백질 섭취가 더 중요합니다. 늦게 시작할수록 더 큰 결심이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시작 자체가 불가능한 나이는 없습니다.
Q. 매일 운동하면 오히려 몸에 무리가 아닌가요?
A. 강도가 높은 운동을 매일 반복하면 과훈련 증후군(overtraining syndrome)이 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매일 하더라도 강도와 종류를 다르게 구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가 직접 해보니, 고강도 운동과 가벼운 걷기를 번갈아가며 하루도 '완전한 비활동'을 만들지 않는 방식이 몸에도, 습관 유지에도 효과적이었습니다.
Q. 운동 동기가 자꾸 떨어질 때는 어떻게 하셨나요?
A. 저는 '할까 말까 망설일 때는 무조건 한다'는 단순한 룰을 세웠습니다. 그 결정 자체가 작은 성공 경험이 됩니다. 또 함께 운동하는 사람이 생기면 '빠지면 미안한' 사회적 압력이 생겨, 의지보다 훨씬 강하게 작동합니다. 동기는 항상 먼저 오지 않습니다. 일단 몸을 움직이면 그 후에 따라오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결론
운동의 가치를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데 그 가치를 실제로 몸에 쌓아가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저도 오랫동안 그 다수 쪽에 속해 있었습니다. 바닥을 치고 나서야 깨달은 것이지만,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튼튼한 몸과 튼튼한 정신이 필요하다는 근본은 시대가 바뀌어도 달라지지 않습니다. AI가 아무리 발달해도 우리는 여전히 몸으로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운동 방식과 도구는 달라질 수 있지만, 매일 몸을 움직여야 한다는 원칙은 변하지 않습니다. 지금 이 순간 망설이고 있다면, 저처럼 거창하게 시작하지 않아도 됩니다. 오늘 딱 15분만, 그것부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