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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악의 도시' - 가스라이팅 결말과 데이트 폭력 실태
영화 '악의 도시' - 가스라이팅 결말과 데이트 폭력 실태

 

 

밤의 어둠이 깔린 도시의 화려한 조명 뒤에는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서늘한 악의 얼굴이 숨어 있습니다. 영화 [악의 도시]는 단순한 범죄 스릴러를 넘어, 인간의 선의가 어떻게 교묘한 심리 조작의 도구로 변질될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스타 강사 유정이 친절한 사업가로 위장한 소시오패스 선이를 만나며 겪는 파멸의 과정은, 오늘날 우리 사회가 직면한 관계 속의 폭력을 예방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가스라이팅 심리 관계의 파멸을 부르다

영화 '악의 도시' 속에서 선이가 유정을 지배하는 핵심 수단은 바로 가스라이팅입니다. 가스라이팅은 상황을 조작해 상대방이 자기 자신의 판단력을 의심하게 만듦으로써 정서적으로 완전히 장악하는 행위를 뜻합니다. 선이는 유정에게 약물을 사용해 블랙아웃(Blackout, 과도한 음주나 약물로 인해 일정 기간의 기억이 소실되는 현상) 상태를 유도한 뒤, 있지도 않은 사실을 마치 유정이 원했던 것처럼 꾸며냅니다. "네가 호텔로 가자고 했잖아"라는 식의 거짓말은 유정의 자존감을 무너뜨리고 스스로를 자책하게 만드는 치명적인 독이 됩니다.

 

이러한 심리적 지배가 무서운 이유는 가해자가 처음부터 본색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입니다. 선이는 초반에 유정의 남편을 챙기거나 값비싼 선물을 보내는 등 지극히 '나이스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는 피해자의 방어 기제를 해제하기 위한 러브 밤(Love Bombing, 상대의 환심을 사기 위해 과도한 애정과 찬사를 쏟아붓는 행위) 단계에 불과합니다. 영화가 현실을 응시하는 방식에는 적극 동의합니다. 하지만 실제 가해자들은 영화 속 선이처럼 일차원적으로 폭주하기보다 훨씬 세련되게 숨어 있습니다. 지질함이 돋보이는 악당보다는 끝까지 친절을 가장하는 악마가 더 현실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반박을 해봅니다.

 

 

출연진 한채이가 그려낸 데이트 폭력 피해의 실상

배우 한채이는 이번 작품에서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스타 강사 '유정' 역을 맡아, 평범하고 건실했던 한 여성의 삶이 데이트 폭력이라는 거대한 늪에 속절없이 잠식당하는 과정을 소름 돋을 정도로 처절하게 그려냈습니다. 데이트 폭력이란 단순히 신체적인 가해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연인 관계 혹은 호감을 기반으로 형성된 관계 내에서 발생하는 정서적, 성적, 경제적 통제와 폭력을 모두 아우르는 광범위한 범죄 개념입니다. 극 중 유정은 사회적으로 선망받는 위치에 있는 성공한 인물이지만, 가해자 선이의 치밀한 설계 앞에서는 그 유능함조차 무용지물이 됩니다. 선이는 유정의 사회적 지위를 이용해 그녀를 압박하며, 불법 촬영물이라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담보로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금에 가까운 수준으로 통제하기 시작합니다.

 

이 과정에서 유정이 보여주는 심리적 변화는 관객들에게 깊은 절망감과 동시에 현실적인 공포를 안겨줍니다. 그녀는 분명 논리적인 판단이 가능한 지식인이지만, 지속적인 가해와 가스라이팅으로 인해 이미 심리적 방어 기제가 완전히 무너져 내린 상태가 됩니다. 가해자의 요구에 순응하는 것이 당장의 고통을 피할 유일한 길이라고 믿게 되는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의 상태에 빠지게 된 것입니다. 이는 개인이 극복할 수 없는 반복적인 부정적 환경에 장기간 노출되었을 때, 스스로 상황을 타개하려는 의지나 시도를 아예 포기하게 되는 심리적 현상을 말합니다. 유정이 법적 대응이라는 당연한 수순 대신 가해자의 비위를 맞추며 문제를 해결하려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실제 많은 피해자가 겪는 심리적 고립을 완벽하게 투영한 설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선이 역을 맡은 배우와의 대립은 극의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립니다. 겉으로는 다정한 연인의 얼굴을 하다가도 순식간에 차가운 포식자로 돌변하는 가해자의 두 얼굴은 유정을 끊임없는 혼란 속에 가두어 버립니다. 이들의 밀도 높은 연기는 [악의 도시]가 단순히 흥미 위주의 픽션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주변 누군가가 겪고 있을 법한 잔혹한 현실임을 증명합니다. 특히 유정이 홀로 옥상에 올라가 느꼈던 그 아득한 막막함은 단순히 개인의 슬픔이 아닙니다. 그것은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법 제도의 미비함과, 오히려 피해자에게 "왜 진작 도망치지 못했느냐"라고 묻는 사회적 편견이 만들어낸 비극적인 합작품입니다. 한채이는 이 무거운 현실을 떨리는 눈빛과 절제된 오열 속에 담아내며, 스크린 너머의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리뷰 및 총평점 속 숨겨진 소시오패스적 범죄

'악의 도시' 영화 전체적인 리뷰를 종합하자면, 이 영화는 소시오패스 성향을 가진 빌런이 한 개인의 삶을 어떻게 난도질하는지 보여주는 수작입니다. 소시오패스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을 이용하고 가해 행위에 대해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반사회적 인격 장애를 가진 사람을 의미합니다. 영화의 평점은 10점 만점에 8.5점을 주고 싶을 만큼 몰입도가 높습니다. 특히 선이가 "내가 너를 사랑해서 이러는 거야"라고 외치는 장면은 인지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 자신의 신념과 실제 행동이 불일치할 때 발생하는 심리적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억지로 논리를 정당화하는 현상)를 유발하며 관객의 분노를 자아냅니다.

 

간접적으로 격은 가스라이팅. 영화 '악의 도시'에서도 가스라이팅은 정말 소리 없이 다가오는 암살자 같습니다. 영화 속 선이가 처음 10분 동안 너무 매너 좋게 나올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저 역시 수년 전, 늘 밥을 사주고 "너밖에 없다"던 선배가 어느 날부터 "네가 부족해서 내가 화를 내는 거다"라며 저를 갉아먹기 시작했을 때, 그게 폭력인 줄 전혀 몰랐거든요. 영화를 보다 보니 옛 생각이 나더군요. 이 영화와는 조금은 다르지만, 영화 속 유정처럼 저도 그 사람의 '좋은 면'만 보려 했고, 결국 남는 건 만신창이가 된 자아뿐이었습니다. 추억으로 남는 기억이지만, 당시의 저는 제 판단을 믿지 못해 매일 일기를 쓰며 사실 확인을 해야만 했습니다. 힘들었던 추억이었지만, 영화 [악의 도시]를 보며 즐거웠습니다. 살면서 더 좋은 일이 많았거든요.

 

다시 돌아와서, 영화 '악의 도시'는 통계에 따르면 데이트 폭력 검거 인원은 3년 만에 55.7%나 급증했지만, 구속률은 고작 2.2%에 불과합니다. 법적 근거가 부재한 상황에서 유정이 외치는 "불법"이라는 말에 선이가 비웃는 장면은 현실의 반영입니다. 가스라이팅 기간이 길수록 피해 인지가 어렵다는 연구 결과처럼, 우리 사회는 이 영화가 던진 숫자의 경고에 응답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