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위에서 피어난 마지막 자유를 향한 질주

킬러의 세계에서 은퇴하려 했던 한 남자가, 사랑하는 것들을 하나씩 잃으며 다시 총을 들었다. 존 윅 시리즈는 그 분노의 여정을 따라가는 이야기다. 1편에서 개 한 마리, 차 한 대로 시작된 복수극은 어느새 전 세계 범죄 조직의 정점인 '하이 테이블'과의 전면전으로 번졌다. 챕터 4는 그 싸움의 마침표다. 더 이상 도망칠 곳도, 협상할 여지도 없다. 오로지 자유를 위해, 아니면 죽음을 위해 달려가는 존의 마지막 선택이 담긴 작품이다. 화려한 총격전과 카체이싱, 그리고 그 안에 녹아든 묵직한 감정선이 이 영화를 단순한 액션 블록버스터 이상으로 만든다.
1. 끝을 향한 가장 처절한 질주: 줄거리
아내와의 추억이 담긴 머스탱과 강아지 데이지를 잃으며 시작된 존 윅의 여정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달았다. 전편에서 컨티넨탈 호텔의 규칙을 어기고 '최고 회의'의 표적이 된 존은 1,500만 달러라는 거액의 현상금이 걸린 채 전 세계 킬러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하지만 그는 단순히 도망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을 억죄는 시스템 자체를 무너뜨리기 위해 반격을 준비한다.
이번 4편의 핵심은 존 윅이 '최고 회의'를 이끄는 오만한 권력자 그라몽 후작에게 정식 결투를 신청하며 벌어지는 치열한 생존 게임이다.
이야기는 뉴욕을 넘어 일본 오사카, 독일 베를린, 프랑스 파리로 쉼 없이 뻗어 나간다. 오사카 컨티넨탈 호텔에서 벌어지는 화려한 검술과 총격전은 동양적 미학을 담아내며 시선을 압도하고, 베를린 클럽에서의 육중한 액션은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특히 영화 후반부 파리 개선문에서의 카체이싱과 성심 성당으로 향하는 222개의 계단에서 벌어지는 사투는 가히 액션 영화 역사에 남을 명장면이다. 존 윅은 수많은 적을 물리치며 나아가지만, 그 과정에서 입는 상처와 피로는 그가 완벽한 초인이 아닌 인간임을 보여주며 관객의 몰입을 자극한다.
결국 이 싸움은 단순히 누가 더 잘 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더 오래 버티느냐'의 싸움으로 변모한다. 존 윅은 과거의 동료였던 케인과 칼끝을 겨눠야 하는 비극적인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신념을 꺾지 않는다. 아내를 기억하는 '사랑받는 남편'으로 남고 싶어 하는 그의 처절한 욕망은 피 튀기는 액션 속에서도 묵직한 드라마를 형성하며 극의 중심을 잡아준다. 죽음이 곧 유일한 출구처럼 보이는 이 잔혹한 킬러들의 세계에서 존 윅이 선택한 마지막 한 수는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기며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한다.
2. 전설들이 한 자리에: 출연진
키아누 리브스: 존 윅
시리즈의 심장. 말보다 행동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배우다. 챕터 4에서는 액션의 90%를 직접 소화했으며, 계단 액션 같은 극한의 장면도 스턴트 없이 촬영했다. 쓰러지면서도 일어나는 존의 모습이 곧 키아누 본인과 겹쳐 보이는 순간, 이 영화가 단순한 액션 그 이상이 된다.
견자단: 케인
시각 장애를 가진 전설적인 킬러로 등장한다. 눈이 보이지 않는 설정 덕분에 오히려 더 날카롭고 위협적인 존재감을 뿜어낸다. 영춘권을 기반으로 한 독보적인 액션은 이번 시리즈의 새로운 결을 만들어낸다. 존과 같은 편이기도, 적이기도 한 묘한 관계가 영화 내내 긴장감을 만든다.
빌 스카스고드: 그라몽 후작
영화 「그것」의 광대 페니와이즈를 연기했던 그가 이번엔 차가운 권력자로 돌아왔다. 직접 싸우지 않지만 말과 표정으로 존을 압박하는 빌런이다. 단기간에 하이 테이블 안에서 입지를 굳힌 인물로, 보는 내내 불쾌하고도 매력적인 카리스마를 풍긴다.
이안 맥쉐인: 윈스턴
컨티넨탈 호텔 뉴욕 지점장. 주름 하나하나에 무게가 실리는 배우다. 직접 싸우는 장면은 없지만, 말 한마디로 킬러들을 멈추게 하는 장면에서 그의 존재감이 폭발한다. 존에게 친구인지 적인지 모를 묘한 위치를 유지하며 챕터 4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로렌스 피시번: 바워리 킹
뉴욕 뒷골목 부랑자 조직 마오리 패밀리의 수장. 허름해 보이지만 방대한 정보력을 바탕으로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3편에서 존을 도왔다가 처벌을 받고도 존의 편에 서는 인물이다. 챕터 4에서 그가 어떤 방식으로 존을 돕는지가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랜스 레딕: 카론
컨티넨탈 호텔 수석 컨시어지. 흔들림 없는 단단한 목소리와 언제나 완벽한 차림새가 인상적인 인물이다. 존의 개를 정성껏 돌봐주던 듬직한 존재이기도 하다. 안타깝게도 촬영 이후 실제로 세상을 떠나 챕터 4가 그의 마지막 작품이 됐다. 그래서 이 캐릭터가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3. 액션의 경지를 넘어선 찬사와 압도적 평점
IMDb 8.5점, 로튼 토마토 신선도 94%, 관객 점수 93%. 숫자만 봐도 이 영화가 무엇을 해냈는지 느껴진다. 챕터 4는 개봉 전부터 시리즈 최고작 논쟁이 벌어졌고, 결과는 대체로 호평 일색이다.
특히 파리 개선문 카체이싱과 몽마르뜨 계단 액션은 "액션 영화가 갈 수 있는 종착역에 도달했다"는 반응을 이끌어냈다. 부감 샷으로 담아낸 실내 롱테이크는 마치 FPS 게임 안에 들어온 듯한 시각적 쾌감을 선사한다. 거기다 키아누 리브스가 액션의 90%를 직접 소화했다는 사실은 보는 내내 경이로움을 더한다.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3시간에 가까운 러닝타임.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그라몽 후작이 시리즈 역대 빌런 중 존재감이 가장 약하다는 평도 있었다. 직접 싸우지 않고 말로만 압박하는 스타일이 기존 빌런들에 비해 임팩트가 덜하다는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압도적인 평점을 유지하는 이유는 단 하나, 각 도시의 특색을 살린 배경과 정교하게 설계된 액션 연출이 종합 예술에 가까운 완성도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4. 이 영화를 꼭 극장에서 봐야 하는 이유
존 윅 챕터 4는 단순히 복수의 끝을 알리는 액션 영화가 아니다. 킬러 세계의 규칙과 인간적인 욕망이 충돌하는 이야기이고, 그 안에서 자유와 생존을 동시에 원하는 한 남자의 처절한 여정이다. 계단을 구르고도 다시 일어서는 존의 모습은 단순한 액션 연출이 아니라, 그 자체가 메시지다. 총성과 엔진 소리, 그리고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압도적인 음향까지, 이 영화는 스트리밍보다 극장에서, 극장이라면 돌비나 아이맥스로 봐야 제맛이다. 챕터 4는 지금 이 순간에도 한 번 더 보고 싶어지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