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영양제 (간수치, 루테인, 비타민D와 오메가3)
    영양제 (간수치, 루테인, 비타민D와 오메가3)

    한국인이 건강기능식품에 쓰는 돈이 연간 6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저는 이 수치를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좀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돈 중에서 과연 얼마나가 실제로 몸에 유의미한 변화를 만들어냈을까, 그리고 저 자신은 그 6조 원의 어느 자리쯤에 서 있었을까 싶어서요.



    영양제 ― 간수치와  루테인

    몇 년 전 저는 종합비타민, 루테인, 밀크씨슬, 오메가 3을 하루 한 주먹씩 털어 넣고 있었습니다. "몸에 좋다는 건 다 챙겨야 한다"는 강박이었는데, 어느 날 건강검진에서 AST/ALT 수치가 정상 범위를 훌쩍 넘겼습니다. AST와 ALT란 간세포가 손상될 때 혈액으로 흘러나오는 효소 수치로, 이 수치가 높다는 것은 간이 일종의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뜻입니다. 피로를 풀려고 먹었던 것들이 오히려 간을 혹사시키고 있었던 셈입니다.

    이때 제가 제일 먼저 재검토한 게 밀크씨슬이었습니다. 밀크씨슬의 핵심 성분은 실리마린(Silymarin)입니다. 여기서 실리마린이란 엉겅퀴과 식물에서 추출한 플라보노이드 복합체로, 간세포 보호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물질입니다. 그런데 제가 찾아본 임상 연구들에서는 음주를 지속하는 사람의 간을 실질적으로 보호한다는 근거가 매우 제한적이었습니다(출처: Cochrane Library). 술은 계속 마시면서 밀크씨슬로 면죄부를 받으려 한다는 지적, 저는 그게 딱 제 이야기였습니다.

    루테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루테인은 황반(Macula)에 집중된 색소 성분입니다. 황반이란 망막 중심부에 위치해 정밀한 색과 형태를 인식하는 시신경 밀집 부위를 말합니다. 즉 루테인의 작용 부위는 수정체나 조절 근육이 아니라 눈 뒤쪽의 황반에 한정됩니다. 황반변성이 있거나 진행 위험이 높은 분들이라면 섭취 의미가 있겠지만, 아무 안질환 없이 "눈이 더 밝아질 것 같아서" 먹는 경우라면 실제 시력 개선이나 노안 완화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루테인을 6개월 먹는 동안 눈이 달라진 느낌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물론 주관적 체감이 전부는 아니지만, 적어도 기대 수준이 너무 부풀려져 있다는 건 분명히 깨달았습니다.

    • 밀크씨슬(실리마린): 음주자 간 보호 효과를 입증한 대규모 임상 근거 희소
    • 루테인: 황반변성 진행 억제에는 일부 근거 있으나, 정상인의 시력·노안 개선 효과는 매우 제한적
    • 도덕적 면죄부 효과: 영양제를 먹었다는 심리가 오히려 해로운 생활습관을 강화하는 역설
    • 간수치(AST/ALT) 이상: 복수의 영양제를 고용량으로 장기 복용할 경우 간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음

    제가 결국 내린 결론은 단순했습니다. 모든 영양제를 2주간 완전히 끊고, 세 끼 식사를 정해진 시간에 챙기는 것으로 돌아갔더니 두 달 뒤 간수치가 정상으로 회복됐습니다. 영양제를 끊은 것이 직접 원인인지 식단 개선 덕분인지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많이 먹을수록 좋다"는 생각은 완전히 버리게 됐습니다.

    요약: 밀크씨슬·루테인은 특정 질환이 있는 경우에만 의미가 있고, 무분별한 복용은 간수치 이상을 포함한 역효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비타민D·오메가3'를 어떻게 볼 것인가

    건강기능식품이 의약품과 결정적으로 다른 지점은 허가 기준입니다. 의약품은 수천 명 규모의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RCT)을 통해 효과와 안전성을 증명해야 합니다. 여기서 RCT란 참가자를 실험군과 대조군으로 무작위 배정해 특정 처치의 효과만을 순수하게 검증하는 임상 연구 방법입니다. 반면 건강기능식품은 수십 명에서 100명 내외의 소규모 연구 결과만으로도 기능성 인정이 가능합니다. 이것이 근거 수준의 차이를 만들어냅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소규모 연구에서 나온 결과를 수백만 명에게 똑같이 적용할 수 있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영양제가 무의미하다는 시각도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비타민D는 조금 다르게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비타민D는 콜레스테롤이 자외선 UVB를 받아 피부에서 합성되는 지용성 비타민으로, 뼈의 칼슘 흡수와 면역 기능에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실내 생활이 많고 자외선 차단제를 일상적으로 쓰는 현대인, 특히 북반구에 사는 한국인은 만성적으로 부족해지기 쉬운 구조입니다. 저 역시 실내에서 일하는 시간이 길다 보니 혈중 25-OH 비타민D 농도를 측정했더니 결핍 범위였고, 그 뒤로는 의사 상담을 거쳐 적정 용량을 복용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비타민D가 좋다더라"는 말만 듣고 시중에서 가장 고용량 제품을 선택하는 경우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비타민D는 지용성이기 때문에 과잉 섭취 시 체내에 축적되어 고칼슘혈증, 즉 혈중 칼슘 농도가 과도하게 높아지는 독성 증상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결핍인 사람에겐 반드시 필요하지만, 이미 충분한 농도를 가진 사람이 고용량을 먹으면 오히려 위험해지는 것입니다. 오메가 3도 마찬가지로, 중성지방 수치가 높은 분들에겐 병원에서 처방하는 의미가 있지만, 그 조건이 아닌 일반인이 심혈관 질환 예방 목적으로 복용할 때 실제 심장마비·뇌졸중 위험을 낮춘다는 근거는 여전히 논란 중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효과를 믿기 전에 내 혈액 수치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순서가 맞습니다.

    일본 고바야시 제약의 홍국 제품 사망 사건이 이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홍국이란 붉은 쌀 누룩 발효물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효과가 일부 알려져 있는데, 품질 관리가 의약품 수준으로 이루어지지 않다 보니 오염 물질이 혼입 돼 실제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천연이니까 더 안전하다"는 생각이 얼마나 위험한 가정인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요약: 비타민D·오메가3도 결핍·적응증이 확인된 경우에만 의미가 있고, 혈액 수치 확인 없이 고용량을 선택하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루테인은 눈 건강에 정말 효과 없나요?

    A. 황반변성이 있거나 진행 위험이 높은 분들에게는 병의 악화 속도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다만 이런 안질환이 없는 상태에서 시력 향상이나 노안 개선을 기대하고 복용하는 것은 효과가 거의 없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저 역시 6개월을 먹어봤지만 체감할 수 있는 차이는 없었습니다.

     

    Q. 밀크씨슬 먹으면 술 마셔도 간이 보호되나요?

    A. 음주를 지속하는 상황에서 밀크씨슬이 간을 보호해 준다는 임상 근거는 매우 부족합니다. "밀크씨슬을 먹었으니 괜찮다"는 심리, 즉 도덕적 면죄부 효과가 오히려 음주 습관을 강화하는 역설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간 건강이 걱정된다면 음주 자체를 줄이는 것이 훨씬 직접적인 방법입니다.

     

    Q. 비타민D는 얼마나 먹어야 하나요?

    A. 적정 섭취량은 혈중 25-OH 비타민D 농도를 측정한 뒤 결정하는 것이 맞습니다. 결핍이 확인된 경우와 정상 범위인 경우의 권장 용량은 다르고, 지용성 비타민인 비타민D는 과잉 섭취 시 고칼슘혈증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고용량이 가장 좋다"는 생각은 버리고, 혈액검사 결과를 들고 의사와 상담하는 것을 권합니다.

     

    Q. 영양제 대신 뭘 하면 건강에 더 도움이 되나요?

    A. 규칙적인 식사, 유산소 운동, 충분한 수면이 어떤 영양제보다 근거가 탄탄합니다. 제가 모든 영양제를 끊고 세 끼 식사 시간을 지키며 주 3회 40분 러닝을 두 달간 유지했더니, 영양제를 한 주먹씩 먹던 시절보다 간수치와 피로감 모두 나아졌습니다. 건강은 간편하게 얻어지지 않는다는 걸 그때 체감했습니다.

     

    결론

    영양제가 무조건 사기라고 보는 시각도, 현대인의 필수품이라고 보는 시각도 저는 양쪽 다 경계합니다. 제 경험상 진짜 문제는 영양제 자체가 아니라 내 몸 상태를 확인하지 않고 남들이 좋다는 것을 그대로 따라 먹는 방식이었습니다. 혈액검사로 결핍이 확인됐거나, 특정 질환으로 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라면 충분히 의미가 있습니다. 반면 광고와 유튜브만 보고 역추적식으로 "나한테 이게 부족하지 않을까?"라고 시작하는 방식은 지갑과 간 모두에 부담이 됩니다.

    정리하면, 내 혈액 수치를 먼저 확인하고, 결핍이 있을 때만 최소 용량으로 접근하며, 나머지는 세 끼 식사와 운동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비싼 캡슐보다 30분 걷기가 훨씬 확실한 보약이었다는 게 저의 결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