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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한동안 "이유 없이 아프다"는 말의 무게를 몰랐습니다. 아침마다 온몸이 뻐근하고 피로가 풀리지 않아도, 병원에서 "검사 결과는 정상입니다"라는 말을 들으면 그냥 넘겼으니까요. 그런데 만성 염증이라는 개념을 제대로 들여다본 뒤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검사 수치가 정상이어도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면 안 된다는 것, 그 깨달음이 제 생활 방식을 바꾼 출발점이었습니다.
내장지방이 염증 공장이라고? 처음엔 믿지 않았습니다
일반적으로 염증이라고 하면 상처 부위가 붓고 빨개지는 급성 반응을 떠올립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알게 된 만성 염증은 그것과 전혀 달랐습니다. 수개월, 수년에 걸쳐 낮은 강도로 지속되는 면역 반응으로, 가랑비에 옷 젖듯 본인도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몸을 망가뜨립니다.
특히 제가 충격을 받은 부분은 내장 지방과 염증의 관계였습니다. 내장 지방은 단순히 에너지를 저장하는 물질이 아닙니다. 지방 조직 안에는 면역을 담당하는 다양한 세포들이 섞여 있는데, 비만 상태에서는 이 면역 세포들이 활성화되며 사이토카인(cytokine)을 분비합니다. 여기서 사이토카인이란 세포 사이의 신호를 전달하는 단백질로, 쉽게 말해 염증을 일으키는 화학 물질입니다. 이 물질이 신진대사를 방해하고, 지방이 더 쌓이게 만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집니다.
내장 지방 면적의 정상 기준은 100㎠ 이하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는 이 수치를 처음 봤을 때 "배가 좀 나왔어도 설마 그렇게까지야"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170이 넘는 수치가 나온 사례를 보고 나서야 "이건 진짜 문제구나"를 실감했습니다. 출처: WHO 비만·과체중 팩트시트에서도 복부 비만은 심혈관 질환과 대사 질환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CRP 수치 정상이면 염증 없는 거 아닌가요?
저도 한때 "염증 수치 검사 해봤더니 정상이래. 나는 괜찮겠지"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판단이 꽤 위험한 착각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CRP(C-반응성 단백질)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염증 수치 지표입니다. 여기서 CRP란 감염이나 조직 손상이 발생했을 때 간에서 만들어지는 단백질로, 급성 염증 반응이 있을 때 혈액에서 빠르게 올라갑니다. 일반적으로 0.05 정도를 정상으로 봅니다. 그런데 만성 염증은 이 수치에 격렬하게 반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강도로 오랫동안 진행되기 때문에 혈액 검사 한 번으로 "염증 있다, 없다"를 단정 짓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CRP 수치가 정상으로 나왔어도 내장 지방, 중성지방 수치인 트리글리세리드(triglyceride), 공복 인슐린 수치, 허리둘레 등 여러 지표를 종합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합니다. 트리글리세리드란 혈액 속에 존재하는 중성 지방의 일종으로, 150mg/dL을 넘으면 주의가 필요하고 200mg/dL 이상이면 위험 수준으로 봅니다. 제가 직접 수치들을 확인해 봤더니 "검사상 이상 없음"이라는 말 한마디로 안심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대사 증후군 진단 기준인 허리둘레, 혈압, 중성지방, 혈당, 콜레스테롤 중 세 가지 이상이 정상 범위를 벗어난 경우, 만성 염증 위험이 유의미하게 올라간다는 것은 이미 여러 연구에서 확인된 사실입니다(출처: 미국 국립심폐혈액연구소(NHLBI)).
- CRP 단독 검사로는 만성 염증 유무를 확정할 수 없습니다
- 트리글리세리드, 공복 인슐린, 내장 지방 면적을 함께 봐야 합니다
- 대사 증후군 위험 요인이 많을수록 만성 염증 가능성은 높아집니다
- 저강도 염증은 혈액 검사에서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항염식단, 화려한 건강식이 아니어도 됩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항염 식단이라는 말이 낯설고 거창하게 느껴졌습니다. 무슨 특별한 유기농 식품이나 고가의 건강기능식품이 필요한 것 아닐까 싶었죠. 그런데 실제로 제가 식단을 바꾸면서 느낀 건, 특별한 재료보다 당이 많은 음식을 줄이는 것이 훨씬 핵심에 가깝다는 점이었습니다.
혈당을 급격히 올리는 음식은 인슐린 분비를 늘리고, 그 과정에서 염증 물질이 쏟아져 나옵니다. 탄산음료 한 캔에 각설탕 아홉 개 분량의 당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정말 멍했습니다. 저는 그동안 "밥은 조금 먹으니까 괜찮겠지"라고 생각했는데, 국물과 반찬에 숨은 나트륨과 당이 더 문제였습니다. 짬뽕 국물조차도 상당량의 당을 함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파이토케미컬(phytochemical)이라는 개념도 이때 처음 제대로 이해했습니다. 파이토케미컬이란 식물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생리 활성 물질로, 항산화 및 항염 효과가 있습니다. 보라색 채소의 안토시아닌, 붉은 토마토의 라이코펜, 녹황색 채소의 베타카로틴이 대표적입니다. 제가 식단을 바꾸면서 의도적으로 색깔 있는 채소를 늘렸더니, 생각보다 빠르게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왔습니다.
통곡물을 흰 쌀밥 대신 선택한 것도 체감 효과가 있었습니다. 정제 탄수화물 대신 통곡물을 먹으면 혈당이 완만하게 올라 인슐린 분비가 과도해지지 않고, 그 결과 복부 지방 축적이 줄어드는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탄수화물 자체가 적이 아니라 어떤 탄수화물을 선택하느냐가 관건이었습니다.
생활 식습관을 바꿨더니 수치가 달라졌습니다
일반적으로 만성 염증에는 치료제가 있을 것 같지만, 현재로서는 만성 염증 자체를 직접 치료하는 약은 없습니다. 이것이 질병 전 단계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남은 선택지는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뿐입니다. 저는 이 말이 처음에는 무책임하게 들렸는데, 실제로 변화를 경험하고 나서는 오히려 가장 강력한 처방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결심 했습니다. 만성 염증을 다스리는 식단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몸에 넘쳐나는 만성 염증은 마땅한 치료약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결국 음식이 최고의 약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과 교수님의 말씀은 식단을 통해서 몸무게 감량의 변화와 식단 관리의 변화가 가져온 근정적인 건강상의 효과가 매우탁월하여 실제 생활에서 큰 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운동 측면에서는 과한 것이 오히려 역효과임을 알게 됐습니다. 지나친 운동은 세포 수준에서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이것이 다시 염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대신 걷기와 근력 운동을 번갈아 하는 방식, 예를 들어 1분 걷기와 1분 근력 운동을 반복하는 20분 루틴이 훨씬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했습니다.
마이오카인(myokine)이라는 물질도 이때 처음 알았습니다. 마이오카인이란 근육이 수축할 때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지방 조직에서 나오는 염증 유발 물질인 아디포카인(adipokine)과 반대 역할을 합니다. 쉽게 말해 근육을 쓸수록 몸속에서 항염 물질이 만들어진다는 뜻입니다. 제가 직접 꾸준히 움직여봤더니 이 개념이 허황된 이론이 아님을 몸으로 확인했습니다.
ESR(적혈구 침강 속도)은 몸 전반의 염증 상태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여기서 ESR이란 혈액 속 적혈구가 가라앉는 속도를 측정한 것으로, 염증이 있을수록 수치가 올라갑니다. 실제로 16일간 식단과 운동 습관을 바꾼 것만으로 ESR 수치가 20에서 10으로 절반 가까이 떨어진 사례는 제가 이 변화를 계속 유지하게 만든 동기였습니다. 수치 하나가 이렇게 단기간에 바뀐다는 게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CRP 수치가 정상이면 만성 염증이 없는 건가요?
A.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CRP는 급성 염증에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저강도로 오랜 기간 진행되는 만성 염증은 수치에 뚜렷하게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 경험상 CRP 하나만 보는 것보다 중성지방, 공복 인슐린, 내장 지방 면적 등 여러 지표를 함께 확인하는 것이 훨씬 정확한 판단에 가깝습니다.
Q. 항염 식단, 특별한 식품을 많이 사야 하나요?
A. 일반적으로 항염 식단이라고 하면 고가의 수입 식품이 필요할 것 같지만, 실제로 해봤더니 그렇지 않았습니다. 핵심은 당과 정제 탄수화물을 줄이고, 색깔 있는 채소와 통곡물, 질 좋은 단백질을 늘리는 것입니다. 냉장고에 있는 평범한 재료로도 충분히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Q. 건강기능식품을 많이 먹으면 염증에 도움이 될까요?
A. 이 부분이 제가 가장 많이 오해했던 부분입니다. 여러 건강기능식품을 동시에 섭취하면 성분들 사이의 상호작용이 발생해 오히려 염증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밥 대신 건강기능식품으로 끼니를 때우는 방식은 영양 불균형을 일으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Q. 운동을 열심히 하면 만성 염증이 빨리 잡힐까요?
A. 오히려 과도한 운동은 산화 스트레스를 높여 염증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근육 수축 시 분비되는 마이오카인이 항염 효과를 내지만, 그것도 자신의 신체 조건에 맞는 적절한 강도일 때 효과적입니다. 걷기와 가벼운 근력 운동을 번갈아 하는 20분 루틴부터 시작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결론
저는 지금도 "이 정도면 그냥 피곤한 거겠지"라고 넘기고 싶은 순간이 옵니다. 하지만 만성 염증을 제대로 알고 난 뒤로는 그 충동을 조금씩 다스리게 됐습니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지 않는 것, 검사 결과 한 장으로 안심하지 않는 것, 그것이 시작입니다.
특별한 비법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당을 줄이고, 색깔 있는 채소를 늘리고, 몸에 맞는 강도로 꾸준히 움직이는 것. 거창한 처방이 아니라 이 세 가지가 지금 제가 직접 유지하고 있는 전부입니다. 만성 염증은 서서히 진행되지만, 생활습관의 변화도 서서히 쌓여 결국 수치로 증명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