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마운자로 후기 (체중 세트 포인트, 2단계, 부작용, 요요)
    마운자로 후기 (체중 세트 포인트, 2단계, 부작용, 요요)

    세 번의 출산을 거치며 체중이 80kg을 넘어섰고, 수면 중 숨이 막혀 깨는 날이 반복됐습니다. PT도 받고, 약도 써보고, 식단도 지겨울 만큼 해봤지만 몸은 늘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마운자로를 맞기 시작한 건 그 모든 시도가 바닥을 드러낸 뒤였습니다.



    마운자로 후기 ― 10년을 버텼는데, 몸이 먼저 무너졌습니다

    50kg대였던 체중이 세 번의 출산을 거치며 어느새 78kg까지 불었습니다. 악착같이 53kg까지 빼서 10년을 유지했는데, 어느 시점부터 뇌가 완전히 다른 명령을 내리는 것 같았습니다. 평소엔 손도 안 대던 과자와 빵을 허겁지겁 먹어치우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했을 때, 솔직히 이건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처음으로 인정했습니다.

    결국 체중은 다시 80kg을 넘었고, 자다가 숨이 막혀 벌떡 일어나는 수면무호흡증까지 찾아왔습니다. 수면무호흡증이란 수면 중 기도가 반복적으로 막혀 호흡이 일시 정지되는 상태로, 장기적으로 심혈관계에 심각한 부담을 줍니다. 잠을 자도 피로가 가시지 않고, 이러다 어느 날 그냥 못 일어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헬스 트레이너도 바꿔보고, 각종 보조제도 써봤지만 결과는 늘 똑같았습니다. 10kg 이상을 겨우 빼면, 몸이 정확히 그 이전 체중으로 복귀하는 요요현상이 반복됐습니다. 이쯤 되니 내 몸의 조절 시스템 자체가 망가진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나중에서야 알게 됐습니다.

    요약: 출산 후 반복된 요요현상과 수면무호흡증으로 단순한 의지 문제가 아님을 실감했습니다.

     

    체중 세트 포인트 ― 이걸 먼저 알았더라면...

    병원 상담에서 처음 들은 개념이 체중 세트포인트(Weight Set Point)였습니다. 여기서 체중 세트포인트란 우리 몸이 체온을 36~37도로 유지하려는 것처럼, 뇌의 시상하부가 특정 체중을 '정상'으로 설정해 두고 그 수치로 돌아가려 끊임없이 작동하는 기준점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몸 안에 이미 목표 체중이 프로그램되어 있는 셈입니다.

    문제는 고도비만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이 세트포인트 자체가 높은 쪽으로 고정 돼버린다는 점입니다. 그 상태에서 식이요법이나 운동으로 체중을 낮추면, 몸은 이를 '위협'으로 인식하고 식욕을 폭발시키고 흡수율을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저항합니다. 제가 10년을 버티다 어느 순간 과자를 허겁지겁 먹어치운 것도, 사실 제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세트포인트가 복귀 명령을 내린 결과였던 겁니다.

    세계비만연맹(World Obesity Federation)은 비만을 단순한 생활습관 문제가 아닌 만성 재발성 질환으로 공식 분류하고 있습니다(출처: World Obesity Federation). 이 분류가 중요한 이유는, 비만인에게 "의지가 부족하다"는 말이 얼마나 틀린 말인지를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때문입니다. 고혈압 환자에게 혈압약 대신 의지로 혈압을 낮추라고 하지 않듯, 망가진 세트포인트를 의지로 되돌리는 건 처음부터 불가능한 싸움이었습니다.

    저는 이것이 거대한 가스라이팅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십 년간 비만인들에게 "노력이 부족하다"는 말을 반복하는 동안, 정작 세트포인트라는 생물학적 기전은 아무도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았으니까요.

    • 체중 세트포인트는 인간의 의지로 변경하기 극히 어렵다
    • 고도비만 상태가 지속될수록 세트포인트는 높은 쪽으로 굳어진다
    • 세트포인트는 식욕뿐 아니라 영양 흡수율, 지방 저장량까지 조절한다
    • 세계비만연맹은 비만을 만성 재발성 질환으로 공식 분류한다
    요약: 비만은 의지 부족이 아니라 뇌의 체중 세트포인트가 망가진 질병입니다.

     

    마운자로 2단계, 맞고 나서 달라진 것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병원을 찾았고, 마운자로 2단계 처방을 받았습니다. 마운자로의 주성분인 티르제파티드(Tirzepatide)는 GLP-1과 GIP, 두 가지 인크레틴 호르몬 수용체에 동시에 작용하는 이중 작용제입니다. 여기서 GLP-1이란 식사 후 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시상하부에 포만감 신호를 보내고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역할을 합니다. 기존 GLP-1 단독 작용제보다 체중 감량 효과가 더 강하다고 알려진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달라진 건 생각보다 근본적이었습니다. 단순히 덜 먹게 된 게 아니라, 음식에 대한 집착 자체가 줄었습니다. 예전엔 눈앞에 과자가 있으면 "참아야 한다"는 생각과 "먹어야 한다"는 충동이 싸웠는데, 주사를 맞은 뒤엔 그 충동 자체가 희미해졌습니다. 달고 기름진 걸 간절히 찾던 갈망이 거짓말처럼 무뎌진 겁니다.

    투약 후 수 주 만에 체중이 서서히 줄기 시작했고, 인바디 측정 결과 감량분의 대부분이 내장지방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수면무호흡증이 사라진 것입니다. 자다가 숨이 막혀 깨던 밤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없어졌습니다. 투약 초기에 속이 메스꺼운 부작용이 있었지만, 증량 단계를 지키며 맞으니 시간이 지나면서 많이 가라앉았습니다.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이 약을 중단하면 비만 세트포인트가 다시 힘을 회복한다는 것입니다. 임상 연구에 따르면 투약 중단 후 80% 이상의 환자에서 요요현상이 나타납니다(출처: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고혈압약을 끊으면 혈압이 오르듯, 이 약도 같은 맥락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요약: 마운자로는 음식 집착 자체를 줄여주고 내장지방 위주로 감량되며, 중단 시 요요현상이 80% 이상에서 나타납니다.

     

    부작용과 요요 ― 주의사항, 제가 겪은 것들

    맞기 전에 가장 걱정했던 건 부작용이었습니다. 실제로 소화기 계통 부작용은 꽤 흔합니다. 저도 투약 초반에 속 메스꺼움과 소화불량을 겪었고, 어떤 날은 하루 종일 속이 뒤집힌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증량 스케줄, 즉 최소 4주 간격으로 단계를 올리는 원칙을 지키니 몸이 적응하면서 부작용이 점차 약해졌습니다.

    증량 스케줄을 지키는 게 단순한 권고가 아닌 이유가 있습니다. 마운자로는 일주일에 한 번 맞는 주사제여서, 부작용도 일주일 단위로 지속됩니다. 적응이 안 된 상태에서 무리하게 용량을 올렸다가 구토와 설사가 일주일 내내 이어지면 탈수로 신장에 손상이 갈 수 있고, 그 경우 입원 치료까지 필요해집니다. 처음부터 낮은 용량으로 시작해 단계를 지켜야 이런 상황을 막을 수 있습니다.

    또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담낭염 위험입니다. 식사량이 급격히 줄면 담즙이 담낭 안에 정체되기 쉽고, 이것이 담석으로 이어져 담낭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논리적으로도 충분히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이라 실제로 사례가 보고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이건 미리 알고 주의하면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었고, 비만 상태 그 자체가 주는 만성 염증과 심혈관 위험에 비하면 훨씬 다룰 만한 문제였습니다.

    한 가지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은 건, 이 약은 미용 목적의 약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비만으로 인한 건강 위험이 명확할 때 의사의 진단 아래 쓰는 치료제입니다. 적응증에 해당하지 않는 분이 미용 목적으로 맞는 건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방식이고, 그로 인한 부작용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가 됩니다.

    요약: 증량 스케줄을 반드시 지켜야 하며, 이 약은 미용 목적이 아닌 비만 치료제로 의사 처방 하에 써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마운자로 맞으면 식단 관리 안 해도 되나요?

    A. 제 경험상 완전히 자유롭게 먹어도 살이 안 찌는 건 아닙니다. 다만 음식에 대한 집착과 폭식 충동 자체가 줄어들어, 자연스럽게 먹는 양이 줄고 선택이 달라집니다. 삼겹살과 라면 중에 삼겹살이 손에 더 쉽게 잡히는 정도의 변화를 경험했습니다. 정제 탄수화물을 의식적으로 줄이면 효과는 더 좋아집니다.

     

    Q. 마운자로 끊으면 무조건 다시 살이 찌나요?

    A. 임상 데이터 기준으로 투약 중단 후 80% 이상에서 요요현상이 나타납니다. 이는 약이 체중 세트포인트를 무력화하는 동안에만 효과가 유지되고, 중단하면 기존 세트포인트가 다시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고혈압약을 끊으면 혈압이 오르는 것과 같은 원리로 이해하는 게 현실적입니다.

     

    Q. 마운자로 부작용이 너무 심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증량 스케줄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각 단계를 최소 4주간 유지하면서 몸이 적응하도록 해야 하고, 임의로 단계를 건너뛰면 부작용이 일주일 내내 지속되어 탈수와 신장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부작용이 심하다면 담당 의사와 상담해 단계를 낮추거나 투약 간격을 조정하는 것이 맞습니다.

     

    Q. 마운자로가 아예 효과 없는 경우도 있나요?

    A. 전체 환자의 10~20%에서는 GLP-1 수용체 유전적 변이로 인해 현재 나와 있는 약이 듣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는 같은 자물쇠에 다른 열쇠가 맞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효과가 없다고 포기하기보다는 담당 의사와 상담해 다른 치료 방향을 찾는 것이 좋습니다.

     

    결론

    저는 지금도 매주 목요일에 마운자로를 맞고, 해외 출장이 있어도 이것만큼은 챙겨 갑니다. 준비물 목록 가장 위에 적혀 있습니다. 비만을 의지 부족으로 몰아붙이던 사회의 시선 속에서 수십 년을 소모했는데, 결국 해결의 실마리는 의지가 아니라 망가진 체중 세트포인트를 무력화하는 데 있었습니다.

    수면무호흡증이 사라지고 내장지방이 빠지는 경험을 한 뒤로, 이건 미용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비만 상태에 오래 머물수록 지방세포에서 만성 염증 물질이 지속적으로 분비돼 혈관과 장기를 공격합니다. 그 피폭되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치료의 핵심입니다. 부작용이 두렵다면, 그 두려움을 비만이 유발하는 심혈관 질환·암 위험과 저울질해 보시길 권합니다. 제 경험상 그 저울은 한쪽으로 분명히 기울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