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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kg에서 식단과 운동만으로 버티길 20년, 결국 마운자로 처방을 결심했습니다. 약을 시작한 첫 주에 든 생각은 단 하나였습니다. "이걸 왜 이제야 알았지?"
고도비만, 의지 문제가 아니라 대사 질환이었다
일반적으로 살이 찐다는 건 게으르거나 의지가 약해서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한때 그 말을 믿었고, 그래서 스스로를 더 몰아붙였습니다. 소아비만 체질로 태어나 20대부터 10~15kg를 뺐다 찌우기를 셀 수 없이 반복했는데, 그 오랜 경험 끝에 제가 내린 결론은 달랐습니다. 비만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호르몬과 대사의 문제입니다.
한 번은 식단을 극단적으로 제한하고 매일 3시간씩 운동해서 114kg에서 30kg를 뺀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진짜 됐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일상으로 돌아오는 순간 몸은 다시 원래의 무거운 체중을 향해 기어올라갔습니다. 저는 이것을 '돼지력'이라고 부릅니다. 몸이 설정해 놓은 체중 기준점으로 끊임없이 복귀하려는 내분비계의 조정 메커니즘입니다. 쉽게 말해, 내 몸이 100kg 이상을 '정상'으로 기억하고 있으면 아무리 빼도 그쪽으로 당기는 힘이 작용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위고비 임상시험(68주, 1,600명 이상 참여)에서 충분한 운동과 식이요법을 병행한 위약 그룹은 105kg 기준으로 겨우 2~3kg 감량에 그쳤습니다(출처: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STEP 1 Trial). 1년 반 동안 그렇게 노력했는데 3kg. 제가 20년간 느꼈던 좌절이 숫자로 증명된 셈입니다. 반면 같은 기간 위고비를 투여한 그룹은 평균 16~17%의 체중을 감량했습니다. 이 데이터를 보고 저는 분노보다는 허탈함을 먼저 느꼈습니다. 그간 제 노력이 부족한 게 아니었던 것입니다.
- 체중 설정점(set point): 뇌가 '정상'으로 기억하는 체중 기준. 이 기준을 낮추지 않으면 감량 후 요요가 반드시 옵니다
-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식후 분비되는 장 호르몬으로 포만감·혈당·식욕 조절에 관여. 위고비·마운자로가 이 호르몬 수용체에 작용합니다
- 고도비만 상태 자체가 혈관·심장·간에 지속적 손상을 주며, 방치할수록 심혈관 질환·지방간·부정맥 위험이 누적됩니다
비만치료제, 직접 맞아보니 이렇게 달랐습니다
망가진 관절과 만성 두통, 피로가 한계에 달한 시점에 마운자로 처방을 결심했습니다. 처음에는 2.5mg으로 시작해 2개월 적응 기간을 거쳤고, 정체기가 오자 5mg으로 증량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그렇게 평생 저를 지배했던 음식에 대한 집착이 첫 주부터 눈에 띄게 줄어들었습니다. 퇴근 후 야식 생각이 그냥 사라졌습니다. 억지로 참는 게 아니라 생각 자체가 안 났습니다.
마운자로의 정식 성분명은 티르제파타이드(tirzepatide)로, GIP(포도당 의존성 인슐린 분비 촉진 폴리펩타이드) 수용체와 GLP-1 수용체에 동시에 작용하는 이중 작용제입니다. 여기서 GIP란 식사 후 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인슐린 분비를 돕고 지방 저장을 조절하는 역할을 합니다. GLP-1 단독 작용제인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에 비해 마운자로가 최대 용량에서 감량 폭이 더 크다는 임상 결과가 있는 것도 이 이중 작용 때문입니다(출처: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SURMOUNT-1 Trial).
제 경험상 마운자로는 위고비와 체감 차이가 있었습니다. 위고비를 맞던 시기에는 오전에 약한 구역감이 가끔 있었는데, 마운자로로 바꾼 뒤 그 증상이 없어졌습니다. 두 약 모두 공통적으로 변비가 약간 있었고, 그래서 저는 지금도 식이섬유와 발효 요구르트를 꼬박꼬박 챙기고 있습니다. 부작용이 전혀 없다는 말은 아닙니다. 다만 고도비만 상태 자체가 몸에 주는 피해와 비교하면, 경미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나아지는 이 부작용들은 충분히 감수할 만했습니다.
102kg에서 시작해 현재 92~94kg 대에 안착했습니다. 허리둘레가 줄고, 두 계단씩 오르내리던 무릎 통증도 훨씬 나아졌습니다. 퇴근 후 1시간씩 홈트레이닝과 가벼운 근력 운동을 병행했지만, 솔직히 운동 효과보다 약의 식욕 억제 효과가 압도적으로 컸습니다.
건강보험 사각지대, 이 문제는 반드시 바뀌어야 합니다
비만치료제를 맞으면서 가장 마음에 걸리는 건 효과가 아니라 비용입니다. 마운자로와 위고비는 현재 국내에서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매달 수십만 원의 비용이 고스란히 본인 부담입니다. 한 달에 고혈압약이나 당뇨약은 몇천 원에 타 가면서, 이것과 같은 대사 질환 치료제를 수십만 원 내고 맞아야 한다는 현실은 아무리 생각해도 불합리합니다.
고도비만(BMI 30 이상)은 WHO에서 공식적으로 만성 질환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BMI란 체질량지수(Body Mass Index)로, 체중(kg)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입니다. 국내 비만학회 기준으로 BMI 23 미만이 정상, 25 이상이 비만, 30 이상이 고도비만에 해당합니다. 즉, 고도비만은 단순히 외모의 문제가 아니라 심혈관 질환, 지방간, 당뇨, 부정맥 등 복합 질환의 직접적인 원인이 됩니다.
그런데 경제적 형편 때문에 이 처방을 못 받겠다는 분들이 실제로 있습니다. 이미 심혈관 사건이 한 번 발생한 환자에게도 비용 문제로 치료를 포기하게 만드는 구조는 분명히 잘못됐습니다. 미용 목적의 처방과 생존을 위한 처방은 구별해야 하고, 후자에 대해서는 국가가 적극적으로 급여 기준을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는 일각에서 "이 약을 끊는 방법을 찾아라", "천연 위고비로 대체하라"는 말들이 돌아다니는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천연 '위고비'라 불리는 저탄고지 식단, 즉 탄수화물을 극도로 줄이고 지방을 늘리는 방식이 GLP-1 분비를 소폭 늘릴 수는 있겠지만, 고도비만을 치료할 수준의 효과와 비교하는 건 무리입니다. 저도 덴마크 다이어트, 황제 다이어트, 간헐적 단식을 다 해봤습니다. 3일은 되고 그다음은 돼지력이 이깁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마운자로랑 위고비 중에 뭐가 더 낫나요?
A. 일반적으로 두 약이 비슷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마운자로 쪽이 구역감 부작용이 덜했습니다. 최대 용량에서의 체중 감량 폭은 마운자로가 위고비보다 조금 더 크다는 임상 데이터가 있습니다. 다만 개인차가 있으므로 담당 의사와 상담해서 결정하는 게 맞습니다.
Q. 약 끊으면 다시 살 찌나요?
A. 이것이 가장 냉정하게 봐야 할 부분입니다. 비만치료제는 고혈압약처럼 복용을 지속해야 효과가 유지되는 대사 질환 치료제에 가깝습니다. 약을 끊으면 돼지력, 즉 몸이 원래 체중으로 돌아가려는 내분비적 힘이 다시 작동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끊고 유지하는 법"을 찾기보다는 지속 투여 비용을 낮추는 구조적 해결이 더 현실적이라고 봅니다.
Q. 마운자로 맞으면 안 되는 사람도 있나요?
A. 만성 췌장염 이력이 있는 경우, 갑상선 수질암 과거력, 다발성 내분비 종양 진단을 받은 경우, 임신·수유 중인 경우에는 안전성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아 처방 금기에 해당합니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나 항진증은 금기 사항이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반드시 전문의 상담을 먼저 받으시길 권합니다.
Q. 운동 안 해도 살이 빠지나요?
A. 임상시험에서 운동과 식이요법을 병행한 위약 그룹이 1년 반 동안 2~3kg 감량에 그쳤다는 결과는 저한테도 꽤 충격적이었습니다. 제 경험상 마운자로를 맞으면서 운동 여부와 관계없이 체중이 내려갔습니다. 다만 근육량 유지와 장기 건강을 위해 가벼운 근력 운동은 병행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결론
20년을 넘게 살과 싸워온 사람으로서, 비만치료제는 저한테 처음으로 '싸우지 않아도 되는 상태'를 만들어줬습니다. 억지로 참거나 극단적으로 굶는 게 아니라 그냥 배가 덜 고프고, 음식 생각이 덜 나는 상태. 이게 얼마나 평온한지는 오래 뚱뚱했던 사람만 압니다.
다만 이 약이 모두에게 손쉽게 닿으려면 건강보험 급여 문제가 반드시 풀려야 합니다. 비만을 게으름의 결과로 보는 사회적 시선이 바뀌고, 절실한 환자들이 경제적 부담 없이 치료받을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지금 비만치료제를 고민 중이라면, 먼저 전문의 상담을 통해 본인의 BMI와 대사 질환 여부를 정확히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