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솔직히 저는 매일 술을 마시면서도 몸이 망가지고 있다는 걸 한참 동안 몰랐습니다. 아니, 알면서도 인정하기 싫었던 것 같습니다. 운동하고 나서도 시원하게 맥주 또는 막걸리를 마셨습니다. 안주도 많이 먹는 편이었습니다. 운동하고 마시고, 집에 오면서 한 잔하고, 심심해서 한 잔하고, 친구 만나서 한 잔하고.. 정말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지겹 마셨는데도 생각이 자꾸 난다는 것 입니다. 지금은 마시지 않습니다. 2년 전 부터는 블랙아웃 주기가 짧아지고, 건강검진 결과가 적신호 직전을 가리키고 나서야 비로소 현실을 직면했습니다. 이 글은 술을 끊어야 할 이유와 끊고 나서 실제로 어떻게 달라졌는지, 제 경험을 중심으로 솔직하게 적은 기록입니다.
블랙아웃과 간 손상, 술이 몸에 하는 일
20대 때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종류도 가리지 않았습니다. 맥주, 막걸리, 소주를 섞어가며 마셨고, 2년 전까지만 해도 하루에 맥주나 막걸리를 2~3병씩 거의 매일 비웠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밤에 마시고 있었는데, 눈을 떠 보니 침대에 누워 있었습니다.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지?' 하는 순간이 점점 잦아졌습니다.
이게 바로 블랙아웃(Blackout)입니다. 여기서 블랙아웃이란 음주 중 해마(기억을 담당하는 뇌 부위)가 알코올로 인해 기능을 멈추면서 새로운 기억 자체가 형성되지 않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필름이 끊기는 게 단순히 '많이 취한 것'이 아니라 뇌가 망치로 얻어맞은 것과 같은 손상이라는 뜻입니다. 처음엔 한 달에 한두 번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주기가 눈에 띄게 짧아졌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불안함을 느꼈습니다.
간 쪽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알코올성 지방간(Alcoholic Fatty Liver)이란 과음이 반복될 때 간의 지방 대사가 방해받아 중성 지방이 축적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문제는 이 단계에서는 증상이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피검사 수치도 멀쩡해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간은 어느 순간 갑자기 확 나빠지는 장기입니다. 알코올성 지방간을 방치하면 간세포에 염증과 손상이 반복되다 결국 간경변, 심하면 간암으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제가 검진을 받았을 때 감마지티피(γ-GTP) 수치가 올라가 있었습니다. 감마지티피란 간과 쓸개의 건강 상태를 나타내는 효소 수치로, 알코올성 손상이 진행될 때 상승하는 지표입니다. 다행히 간경변 단계는 아니었지만, '경계선 바로 아래'라는 말을 들었을 때 식은땀이 났습니다.
술이 간에만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렇지 않다는 걸 몸으로 겪었습니다. 30대부터 혈압이 고압 170, 저압 130이 평균치였습니다. 혈압약도 2년 가까이 복용했습니다. 알코올이 혈관과 호르몬 균형을 무너뜨려 고혈압, 부정맥, 신부전 같은 심혈관계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건 출처: WHO(세계보건기구)도 오래전부터 경고해 온 사실입니다. 그뿐 아니라 인슐린 저항성을 높여 당뇨 위험도 함께 올라갑니다. 제 공복 혈당이 130을 넘어 당뇨 기준을 초과했을 때, 비로소 술이 단순한 '기호식품'이 아니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알코올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마법의 탄(Magic Bullet)'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모든 장기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입니다. 뇌는 지질 덩어리인데, 알코올이 지방을 녹이는 성질이 있다 보니 장기간 과음하면 신경 세포가 손상되고 뇌가 위축되는 결과를 낳습니다. 실제로 뇌가 위축된 상태를 MRI로 비교하면 건강한 뇌와의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납니다(출처: NIAAA(미국 국립 알코올 남용 및 알코올 중독 연구소)). 제 경우에도 기억력이 눈에 띄게 떨어진 것을 느끼고 있고, 면역력 역시 급격히 낮아졌습니다. 다치거나 몸이 힘들면 회복이 유독 더디다는 것도 직접 겪어봤습니다.
- 블랙아웃: 해마 기능 정지로 기억 자체가 형성되지 않는 뇌 손상 현상
- 알코올성 지방간: 증상 없이 진행되다 간경변·간암으로 발전 가능
- 감마지티피(γ-GTP) 상승: 간·쓸개 손상의 초기 신호
- 고혈압·당뇨·심혈관 질환: 알코올이 혈관과 호르몬 균형을 무너뜨린 결과
- 뇌 위축: 지질 덩어리인 뇌가 알코올에 의해 손상되며 인지 기능 저하
도파민 대체와 금주 이후 달라진 것들
술을 끊는 게 단순히 '안 마시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게 전혀 아니었습니다. 술을 며칠 안 마시면 몸이 허전하고, 하루가 이상하리만큼 길게 느껴졌습니다. 뭔가 채워지지 않는 공백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이게 의지 부족이 아니라 뇌가 이미 알코올에 반응하도록 훈련되어 있었기 때문이라는 걸 나중에서야 알았습니다.
알코올은 뇌의 보상 시스템을 자극해 도파민(Dopamine) 분비를 촉진합니다. 여기서 도파민이란 쾌감, 동기, 보상감을 담당하는 신경전달물질로, 뇌가 특정 행동을 반복하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합니다. 술을 마실 때마다 도파민이 분비되고, 뇌는 그 쾌감을 기억하며 또다시 술을 찾게 됩니다. 따라서 금주에 성공하려면 단순히 참는 것이 아니라 술 대신 도파민을 자극할 수 있는 대체 행동을 찾는 것이 핵심입니다.
제가 직접 시도해보니, 걷기와 스트레칭이 생각보다 효과적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거창하게 운동을 시작하려 했는데, 그것부터 부담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하루 30분 걷기부터 시작했습니다. 꾸준히 하다 보니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생겼고, 그 느낌이 술 없이도 하루를 채울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이어졌습니다. 명상도 하루 루틴에 넣었습니다. 알코올 의존(Alcohol Dependence) 상태에서 금주를 유지하려면 스트레스나 감정이 격해지는 순간에 술을 찾는 패턴을 끊어야 하는데, 명상이 그 감정 조절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됐습니다. 알코올 의존이란 술에 대한 신체적·심리적 의존이 형성된 상태를 의미하며, 의지만으로 조절이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식단도 바꿨습니다. 하루 두 끼 식사로 정리하고, 단백질 섭취를 늘렸습니다. 장 건강을 위한 유산균도 챙기기 시작했습니다. 밀가루, 라면, 튀김 같은 음식은 최대한 줄였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식습관이 바뀌자 혈압이 눈에 띄게 내려갔습니다. 고압 170이었던 수치가 130 수준으로 안정됐고, 저압도 80~90 사이를 유지하게 됐습니다. 지금은 고혈압약 없이도 관리가 됩니다.
금단 증상(Withdrawal Symptom)에 대해서도 솔직히 말씀드리면, 식은땀이나 손 떨림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금단 증상이란 오랜 기간 의존하던 물질을 갑자기 중단했을 때 신체가 반응하는 불편한 신호들을 말합니다. 이 과정이 두렵다면 혼자 버티려 하지 않아도 됩니다. 뇌에서 술과 유사하게 작용하는 약물을 처방받아 초기 금단 증상을 완화하는 의학적 방법도 있습니다. 금주 일지를 쓰는 것도 제가 경험해 보니 꽤 유효했습니다. 자신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갈망을 다루는 데 힘이 생겼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블랙아웃이 자주 생기면 무조건 알코올 중독인가요?
A. 반드시 그렇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블랙아웃 빈도가 높아진다는 건 뇌가 알코올에 반복적으로 손상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알코올 의존 여부는 전문 진단 기준에 따라 평가받는 것이 정확합니다. 저는 블랙아웃 주기가 짧아지는 것을 느끼고 나서야 검사를 받았는데, 그때 알코올 의존 상태에 해당한다는 결과를 받았습니다.
Q. 감마지티피 수치가 높으면 당장 간경변인가요?
A.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감마지티피는 간·쓸개 손상의 초기 지표로, 수치가 높다고 해서 곧바로 간경변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간은 증상 없이 버티다 갑자기 악화되는 장기이기 때문에, 수치가 올라와 있는 상태에서 계속 음주하면 경계선을 넘는 순간이 생각보다 빨리 옵니다. 지금 멈추는 게 가장 좋은 치료라는 건 제가 직접 의사에게 들은 말이기도 합니다.
Q. 금주하면 혈압도 실제로 내려가나요?
A. 제 경험상 분명히 내려갔습니다. 고압 170이었던 혈압이 꾸준한 금주와 식습관 개선 후 130 수준으로 안정됐습니다. 물론 개인 차이가 있고 다른 요인도 작용하기 때문에 결과가 모두 같지는 않겠지만, 알코올이 혈관에 미치는 부담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혈압 관리에 긍정적인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Q. 금주 초기에 손 떨림이나 불안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이것은 금단 증상으로, 오랜 기간 알코올에 의존했던 신체가 반응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증상이 경미하다면 규칙적인 식사와 수분 섭취로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증상이 심하다면 혼자 버티기보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찾아 뇌에서 술과 유사하게 작용하는 약물을 처방받는 것이 훨씬 안전하고 효과적입니다.
결론
제가 금주를 결심한 건 거창한 이유가 아니었습니다. 블랙아웃 주기가 짧아지는 게 무서웠고, 가족 앞에서 부끄럽지 않고 싶었습니다. 그게 전부였습니다. 지금도 완벽하지는 않지만, 혈압은 내려갔고, 몸 회복 속도는 빨라졌으며, 아침이 달라졌습니다. 나쁜 과거 습관이 지금의 저를 이렇게 만들었으니, 미래의 저를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쌓아가고 있습니다.
금주를 고민하고 있다면, 큰 결심보다 작은 시작을 권하고 싶습니다. 오늘 하루 마시지 않으면 이틀이 되고, 이틀이 일주일이 됩니다. 그리고 몸이 반응하기 시작합니다. 어렵다면 혼자 버티려 하지 말고 전문의의 도움을 받는 것도 하나의 선택입니다. 의지가 부족한 게 아니라 뇌 회로가 이미 변해 있는 것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