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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건강검진을 많이 그리고 매번 받을수록 좋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직접 경험해보니 검진 결과지를 손에 쥐는 순간부터 오히려 불안이 시작되더군요. 검진 결과 이상 소견 하나에 6개월을 마음 졸이며 지냈던 그 시간이 오히려 제 건강을 더 갉아먹었다는 걸, 조금 늦게 깨달았습니다. 이유없이 이 번에는 아무증상 없겠지? 암이면 어떻하지? 별에 별 생각이 다 들더라구요. 내 몸이 건강하면 굳이 받을 필요가 있나?! 꼭 필요한 것만 받으면 되지 무리하게 다 받고, 불필요한 것 까지 받아야하나 생각도 들더라구요. 그래서 의사선생님의 철학적인 얘기와 내 생각을 더해서 말씀 드리려고 합니다.
과도한 검진이 오히려 불안을 키운 이유
제가 처음 종합검진 패키지를 받은 건 40대 중반이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효도 선물'로 부모님을 모시고 가는 분위기가 한창이었고, 저도 그 흐름을 당연하게 따랐습니다. 문제는 그 뒤였습니다. 결과지에 찍힌 '경계 수치' 몇 개가 눈에 밟혀서 이듬해에 또 찍고, 그다음 해에 또 찍었습니다. 검진을 받을수록 안심이 되는 게 아니라 새로운 걱정거리가 생겨났습니다.
제가 특히 경험한 건 위내시경이었습니다. 속이 조금 더부룩할 때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1년도 안 돼서 또 잡았는데, 결과는 매번 똑같았습니다. '신경성 위염(nerve gastritis)'이라는 진단이었습니다. 여기서 신경성 위염이란 위 점막 자체보다 스트레스와 불규칙한 생활이 원인인 기능성 위장 장애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내시경 카메라로 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었죠. 내시경을 아무리 자주 해봤자 야식과 술과 스트레스를 그대로 두면 위는 절대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을 그때서야 몸으로 실감했습니다.
의학계에서도 이 부분을 짚습니다. 과도한 검진이 불필요한 불안을 유발하는 현상을 '건강 염려증(Hypochondriasis)'이라고 부릅니다. 건강 염려증이란 특별한 신체 이상이 없음에도 질병에 걸렸다는 공포가 지속되는 상태로, DSM-5 기준으로는 정신건강 문제로 분류됩니다(출처: 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제 주변에도 이 상태에 가까운 분들이 꽤 있습니다. PET 검사(양전자 방출 단층촬영)를 받고 싶다고 하시는 분도 계셨는데, PET란 방사성 동위원소를 체내에 주입해 전신의 대사 활동을 촬영하는 검사로, 원래 암 완치 후 원격 전이를 확인하기 위해 개발된 진단 도구입니다. 아무 증상도 없는 건강한 사람이 발암 물질인 방사선 동위원소를 스스로 몸에 넣는 일을 굳이 할 이유가 있는지, 저는 지금도 납득이 잘 안 됩니다.
저선량 CT(Low-dose CT)의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저선량 CT란 일반 CT보다 방사선 피폭량을 대폭 줄인 폐 촬영 기법으로, 흡연 경력이 있거나 폐암 가족력이 있는 분이라면 5~10년 주기로 한 번 받아볼 만한 검사입니다. 실제로 제가 아는 한 분이 이 검사를 통해 초기 폐 결절을 발견하고 수년간 경과를 지켜본 끝에 조기 수술로 마무리됐습니다. 브라보이긴 했지만, 그 3년간 그분 얼굴이 어두웠던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습니다. 아는 게 병이 되는 경우가 분명 있습니다.
- PET 검사: 암 치료 후 전이 확인 목적으로 개발된 검사. 건강인의 일반 검진에는 불필요
- 저선량 CT: 방사선 부담이 낮아 폐 가족력·흡연 경력자에게 5~10년 주기로 권장 가능
- 위내시경: 증상 없는 건강인은 4~5년 주기로 충분. 국가 프로그램에 따르는 것이 적절
- 대장내시경: 80세 이상에서는 미국을 포함한 주요 의료 지침상 검진 목적으로 권장하지 않음
- 혈압·혈당 체크: 비침습적이며 만성질환 조기 발견에 실질적 효과. 꾸준히 받는 것이 좋음
생활습관이 예방을 만드는 방식
저도 한동안 골밀도 걱정을 많이 했던 적이 있습니다. 마흔 중반에 접어들면서 주변에서 "칼슘제 챙겨 먹어야 한다", "비타민 D 수치 재봤어?" 하는 말이 부쩍 많아졌거든요. 솔직히 그 시기에 저는 칼슘제도 챙겨 먹고, 비타민 D도 사서 먹었습니다.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그것만으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더군요.
골다공증(Osteoporosis)의 핵심은 골밀도(Bone Mineral Density, BMD)를 높이는 데 있는데, 골밀도란 뼈에 얼마나 많은 칼슘이 침착되어 있는지를 수치화한 지표입니다. 그런데 이 칼슘이 뼈 속으로 들어가려면 반드시 뼈에 물리적인 부하 스트레스(load-bearing stress)가 가해져야 합니다. 부하 스트레스란 체중을 지탱하거나 근육이 당기는 힘이 뼈에 전달되는 자극을 말합니다. 무중력 환경에서 3~4개월을 지낸 우주인이 귀환 직후 부축 없이 걷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국제우주정거장(ISS) 탑승 연구에서도 우주인의 골밀도는 한 달에 약 1~2%씩 감소한다고 보고된 바 있습니다(출처: NASA). 우리가 매일 걷기만 해도 하체 골밀도가 유지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제가 경험상 가장 효과를 느꼈던 건 팔굽혀펴기였습니다. 처음엔 무릎을 바닥에 대고 하는 변형 동작으로 시작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하루에 10개도 못 하던 게 3주 만에 30개가 됐고, 손목 주변 뼈에 통증이 줄었다는 느낌이 확실히 들었습니다. 칼슘제 한 통을 사서 먹는 것보다 이 변화가 훨씬 실질적이었습니다.
식습관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짠단짠과 야식이 몸에 좋지 않다는 건 누구나 압니다. 그걸 알면서도 못 바꾸는 이유가 뭔지, J.D. 밴스의 자서전 『힐빌리의 노래』를 읽으면서 다시 생각해봤습니다. 그는 해병대 입대 전까지 정크 푸드만 먹다가, 훈련소의 규칙적인 홀푸드(whole food) 식단을 통해 처음으로 몸의 변화를 느꼈다고 썼습니다. 홀푸드란 가공을 최소화하고 자연 상태에 가까운 식재료를 그대로 섭취하는 방식을 뜻합니다. 그 책의 그 대목에서 제 경우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변수가 하나인 일은 의지만 있으면 된다는 것. 담배를 끊는 것도, 야식을 안 먹는 것도, 팔굽혀펴기를 하는 것도 모두 결정권이 저한테 있는 일입니다. 상대방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게임이라는 점이 오히려 희망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가족력(Family history) 관리는 예외입니다. 가족력이란 직계 혈족 중 특정 질환을 앓은 사람이 있어 본인도 해당 질환에 걸릴 유전적 위험이 높아진 상태를 말합니다. 당뇨, 고혈압, 유방암, 폐암 등 만성 질환 대부분은 가족력이 중요한 위험 인자입니다. 유방암 가족력이 뚜렷하다면 BRCA 유전자 검사를 한 번쯤 받아보는 게 맞습니다. BRCA 유전자란 정상적으로 세포 손상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지만, 돌연변이가 생기면 유방암·난소암 발생 위험을 크게 높이는 유전자입니다. 이 경우에는 적극적인 조기 진단이 실질적인 수명 연장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생활 습관만으로 막을 수 없는 부분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건강검진을 아예 안 받아도 되는 건가요?
A. 국가에서 제공하는 기본 검진 프로그램(2년 1회 혈압·혈당 등)은 비용 없이 받을 수 있고, 고혈압·당뇨 같은 만성질환을 조기에 발견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됩니다. 제 경험상 기본 검진은 받되, 그 이상의 고가 패키지나 빈번한 내시경은 정말 증상이 있을 때로 한정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Q. 골밀도 높이려면 칼슘제만 먹으면 되나요?
A. 칼슘제와 비타민 D는 보조 수단일 뿐입니다. 뼈에 칼슘이 실제로 침착되려면 걷기나 팔굽혀펴기처럼 뼈에 물리적 부하 스트레스를 주는 운동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합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운동 없는 칼슘제는 효과가 거의 없었습니다.
Q. 위내시경은 얼마나 자주 받는 게 맞나요?
A. 증상이 없는 건강인이라면 4~5년 주기도 충분하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매년 내시경을 받아도 결국 '신경성 위염' 진단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고, 근본 원인인 불규칙한 식사와 스트레스를 해결하지 않으면 결과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저도 그 사실을 몇 번의 반복 후에야 받아들였습니다.
Q. PET 검사는 건강검진에 포함해도 되나요?
A. PET 검사는 원래 암 치료 후 원격 전이를 확인하기 위해 개발된 검사로, 방사성 동위원소를 체내에 주입하는 과정이 포함됩니다. 아무 증상 없이 건강한 상태에서 이 검사를 받는 건 방사선 노출 위험 대비 얻는 이득이 크지 않습니다. 불안감을 줄이기 위한 목적이라면 정신건강 차원의 접근이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Q. 가족력이 있으면 어떤 검사를 받아야 하나요?
A. 유방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 BRCA 유전자 검사가 도움이 됩니다. 폐암 가족력과 흡연 경력이 겹친다면 저선량 CT를 5~10년 주기로 고려할 수 있습니다. 당뇨·고혈압 가족력이 있다면 40~50대부터 혈당·혈압 수치를 꾸준히 체크하는 것이 조기 발견에 실질적입니다.
결론
제 경험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검진은 도구이지 목적이 아닙니다. 국가 기본 프로그램은 챙기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검진을 쌓아가는 방식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습니다. 걷기, 팔굽혀펴기, 규칙적인 식사, 금연. 이 네 가지에는 돈도 거의 들지 않고, 결정권도 온전히 제 손에 있습니다. 변수가 하나이고 그 변수가 저한테 있는 일은 사실 가장 쉬운 일입니다.
가족력이 있는 부분은 예외로 두고, 그 외에는 검진보다 오늘 하루의 생활을 어떻게 보냈는지를 먼저 점검해 보는 게 맞는 방향 같습니다. 저도 아직 완벽하지 않지만, 적어도 검진 결과지 때문에 밤을 지새우는 일은 줄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