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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오랫동안 간헐적 단식을 잘못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16시간, 18시간을 굶으면서도 살은 빠지지 않고 오히려 피부가 푸석해지고 호르몬까지 흔들렸습니다. 문제는 '얼마나 굶느냐'가 아니라 '무엇으로 시작하고, 무엇으로 끝내느냐'에 있었습니다. 2년 넘게 몸으로 부딪히며 깨달은 두 가지 핵심을 정리했습니다.
마지막 식사가 단식의 성패를 가른다
저는 한동안 저녁을 빵이나 면으로 때우고 그 뒤부터 단식을 시작했습니다. 논리는 단순했습니다. '어차피 굶을 거니까 마지막 식사는 가볍게 먹어도 되겠지.' 그런데 결과는 완전히 반대였습니다. 밤새 단 것이 당기고, 잠은 설치고, 다음 날 아침엔 라테와 과자로 폭식이 이어졌습니다.
원인을 알고 나서야 납득이 됐습니다. 탄수화물 위주의 마지막 식사는 혈당 스파이크(blood sugar spike)를 일으킵니다. 여기서 혈당 스파이크란 단시간에 혈당이 급격히 올라갔다가 빠르게 떨어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혈당이 급락하면 몸은 즉시 에너지를 보충하라는 신호를 보내고, 억지로 참으면 코르티솔(cortisol)이 분비됩니다. 코르티솔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분비되는 각성 호르몬으로, 저녁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수면을 방해하고 다음 날 식욕을 폭발적으로 끌어올립니다.
제가 식단을 바꾼 건 아주 단순한 결정이었습니다. 저녁을 고기, 계란, 버터로 바꿨습니다. 단백질과 지방 위주의 식사는 혈당을 완만하게 유지시켜 줍니다. 몸에 필수 영양소가 충분히 채워지면 억지로 참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공복 상태로 진입하게 됩니다. 저는 지금도 저녁을 절대 부실하게 먹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 한 끼를 가장 공들여 챙깁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연구에 따르면,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이는 공복 혈당과 인슐린 수치를 유의미하게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출처: NIH PubMed). 제가 몸으로 겪은 변화가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니었다는 걸 이 자료를 보고 다시 확인했습니다.
- 탄수화물 위주 마지막 식사 → 혈당 스파이크 → 코르티솔 분비 → 수면 방해 → 다음 날 폭식
- 단백질·지방 위주 마지막 식사 → 혈당 완만 유지 → 자연스러운 공복 진입 → 단식 유지 수월
- 고기, 계란, 버터, 생선 등 자연식품이 마지막 식사의 핵심
첫 식사의 함정, 본브로스로 해결했습니다
오랫동안 굶고 나면 첫 끼니로 달콤한 무언가가 간절해집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조금만 먹으면 괜찮겠지' 하고 달달한 라떼 한 잔으로 공복을 깼는데, 오히려 피로가 쏟아지고 오전 내내 음식 생각이 머릿속을 채웠습니다. 간헐적 단식을 하면 혈당 조절이 잘 된다고 했는데, 왜 저만 이렇게 힘들까 싶었습니다.
문제는 공복 후 첫 식사가 다시 혈당 스파이크를 유발했기 때문입니다. 비어 있는 위장에 당분이 들어오면 혈당이 더 빠르고 높게 치솟습니다. 그 순간 인슐린(insulin)이 과다 분비됩니다. 인슐린은 혈당을 낮추기 위해 분비되는 호르몬인데, 과다 분비될 경우 혈당이 지나치게 떨어지면서 극심한 피로와 집중력 저하로 이어집니다. 단식 효과를 기대했는데 되려 몸이 망가지는 느낌이 든 것이 바로 이 이유였습니다.
그때부터 첫 식사를 본브로스(bone broth)로 바꿨습니다. 본브로스란 소나 닭의 뼈와 결합 조직을 장시간 끓여 만든 육수로, 콜라겐, 미네랄, 글루타민 등이 풍부하게 우러납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혈당 자극 없이 속이 채워지는 느낌이 확실히 달랐습니다. 끓일 때 식초를 한 방울 넣으면 뼈에서 미네랄이 더 잘 용출된다는 점도 실제로 적용해 보니 국물 맛이 훨씬 깊어졌습니다.
본브로스에 풍부한 콜라겐은 장 점막을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장내 유익균의 먹이가 되기도 해서 장 건강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시간이 없는 날에는 우삼겹이나 부챗살을 살짝 삶은 뒤 그 국물째 마시는 방식으로 대체합니다. 소화가 편하고 지방도 자연스럽게 섭취할 수 있어서 저는 이 방법을 꽤 자주 씁니다.
장 건강이 무너지면 단식도 무너집니다
제가 간헐적 단식을 하면서 가장 나중에 깨달은 사실이 있습니다. 살이 안 빠지는 근본 원인이 단식 시간이 아니라 장 건강에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장점막이 손상된 상태, 이른바 장누수증후군(leaky gut syndrome)이 있으면 아무리 좋은 식단을 먹어도 영양소가 제대로 흡수되지 않습니다. 장누수증후군이란 장점막의 세포 간 결합이 느슨해져 소화되지 않은 물질이 혈류로 유입되는 상태를 뜻합니다. 이 상태에서는 몸이 만성 염증 상태에 놓이게 됩니다.
몸이 영양이 부족하다고 인식하면 들어오는 칼로리를 지방으로 저장하려는 기아 모드(starvation mode)에 진입합니다. 기아 모드란 에너지 공급이 불충분하다고 판단한 신체가 대사율을 낮추고 지방 저장을 극대화하는 생존 반응입니다. 저도 한때 통밀빵을 다섯 개씩 꺼내 먹으면서 '나는 왜 이러지?' 했던 적이 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건 의지 문제가 아니라 몸이 영양 공급을 애타게 요청하던 신호였습니다.
본브로스의 콜라겐과 글루타민은 장 점막을 복구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줍니다. 갭스(GAPS) 식단 프로토콜에서도 장 회복의 핵심 식품으로 본브로스를 권장합니다. 세계소화기학회(WGO)도 장내 미생물 균형이 대사 질환과 비만에 밀접하게 연관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출처: World Gastroenterology organization). 제 경험상 장이 편안해지기 시작하니 식욕 조절이 자연스러워졌고, 그때부터 단식이 비로소 '굶는 고통'이 아니라 '쉬는 시간'처럼 느껴졌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간헐적 단식 마지막 식사로 탄수화물은 아예 먹으면 안 되나요?
A. 아예 금지보다는 '비율'이 핵심입니다. 저는 마지막 식사에서 고기나 계란을 충분히 먹은 뒤 소량의 채소 정도는 곁들이기도 합니다. 문제가 되는 건 빵, 면, 밀가루처럼 혈당을 빠르게 끌어올리는 정제 탄수화물을 마지막 식사의 주인공으로 삼을 때입니다. 비율을 단백질·지방 위주로 유지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Q. 본브로스 만들기가 너무 번거로운데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A. 저도 바쁜 날에는 우삼겹이나 부채살을 물에 넣고 살짝 삶은 뒤 그 국물째 첫 식사로 마십니다. 소화가 편하고 지방과 단백질을 동시에 섭취할 수 있어서 효과적입니다. 미리 본브로스를 대량으로 끓여 냉동해 두면 매일 아침 하나씩 꺼내 쓸 수 있어서 저는 이 방식을 주로 활용합니다.
Q. 간헐적 단식을 해도 살이 안 빠지는 이유가 뭔가요?
A. 제가 직접 겪어보니 세 가지를 먼저 점검해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무엇으로 공복을 시작했는지, 공복 중에 무리 없이 일상을 유지했는지, 무엇으로 공복을 끝냈는지입니다. 특히 마지막 식사와 첫 식사가 혈당을 자극하는 음식이었다면, 단식 시간을 늘려도 몸은 기아 모드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Q. 본브로스 끓일 때 식초를 꼭 넣어야 하나요?
A. 필수는 아니지만 저는 꼭 넣는 편입니다. 식초의 산성이 뼈 속 미네랄과 콜라겐이 국물로 더 잘 우러나오도록 도와줍니다. 넣는 양은 큰 냄비 기준 식초 한두 큰술 정도면 충분합니다. 완성된 국물에서 식초 맛은 거의 나지 않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결론
간헐적 단식은 단순히 시계를 맞추고 버티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2년 넘게 시행착오를 겪으며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마지막 식사에서 단백질과 지방으로 몸을 충분히 채우고, 첫 식사는 본브로스처럼 장점막을 다독이는 음식으로 시작하는 것. 이 두 가지가 갖춰지지 않으면 단식은 건강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몸을 소모시키는 스트레스가 됩니다.
폭식 성향이 강하거나 현재 영양 상태가 너무 부족한 상황이라면 단식보다 먼저 식단의 질을 높이는 것이 우선입니다. 단식은 몸이 준비됐을 때 비로소 효과를 냅니다. 지금 단식이 힘들게 느껴진다면 '더 오래 굶는 방법'을 찾기 전에, 무엇을 먹고 시작하는지부터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