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솔직히 저는 한동안 스트레스가 '의지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냥 마음 단단히 먹으면 된다고. 그런데 주변의 날 선 비난과 뜻대로 풀리지 않는 일들이 겹치면서 몸이 먼저 무너졌습니다. 가슴이 답답하고, 밤마다 잠을 못 자고, 소화까지 안 되던 그 시기를 지나고 나서야 스트레스가 진짜로 사람을 병들게 한다는 걸 체감했습니다. 그리고 같은 상황에서도 유독 흔들리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요. 그 차이가 뭔지, 뇌과학 연구와 제 경험을 함께 풀어봤습니다.
스트레스 회복 ― 뇌과학이 밝힌 스트레스에 강한 사람의 뇌
스트레스에 강한 사람들이 단순히 '긍정적인 성격'을 타고났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게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뇌파 연구 결과를 보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올림픽 3연패를 달성한 사격 선수의 뇌파를 검사했을 때, 연구진은 흥미로운 패턴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베타파(Beta Wave)의 연결성이었습니다. 베타파란 사람이 생각하거나 활동하는 상태에서 나타나는 뇌의 전기 신호입니다. 중요한 건 베타파의 절대적인 양이 아니었습니다. 베타파가 지나치게 많으면 오히려 불안한 상태가 되는데, 이 선수는 베타파의 양은 적되 연결성이 매우 효율적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스트레스 자극이 주어지면 일시적으로 연결성이 흐트러지지만, 회복 상태에서는 놀랍도록 빠르게 원래대로 돌아왔습니다.
또 다른 검사에서는 편도체(Amygdala) 반응이 주목받았습니다. 편도체란 뇌에서 공포나 위협을 감지할 때 활성화되는 부위로, 쉽게 말해 '스트레스 경보기' 역할을 합니다. 격투기 선수의 뇌를 fMRI(기능적 자기 공명영상)로 촬영했을 때, 스트레스 상황에서 편도체가 크게 활성화됐지만 봉사와 나눔 활동 장면을 보여주자 그 활성화 수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습니다. 타인을 돕는 행동이 뇌의 스트레스 반응 자체를 완화한다는 것을 뇌가 직접 보여준 셈입니다.
제가 직접 경험해봤을 때도 비슷한 감각이 있었습니다. 만성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시기, 저는 매일 밤 10시 이후로 스마트폰을 완전히 끊고 아침마다 10분씩 복식 호흡을 했습니다. 복식 호흡이란 가슴이 아닌 배를 부풀리며 숨을 깊게 들이마시는 방식으로, 부교감신경계를 활성화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Cortisol) 수치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됩니다. 솔직히 처음엔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런데 2주쯤 지나자 수면의 질이 확연히 달라졌고, 같은 상황에서 흔들리는 폭이 줄어드는 게 느껴졌습니다.
스트레스에 강한 사람은 자극을 받지 않는 게 아닙니다. 자극을 받더라도 빠르게 회복하는 뇌의 패턴을 갖고 있는 겁니다. 이게 타고나는 것이냐, 만들어지는 것이냐는 의견이 갈리는데, 연구들은 훈련과 반복된 루틴으로 충분히 강화될 수 있다는 쪽에 무게를 둡니다(출처: NIH National Library of Medicine).
- 베타파 연결성이 효율적일수록 스트레스 후 회복 속도가 빠르다
- 편도체 과활성화는 봉사·나눔 활동으로 완화될 수 있다
- 복식 호흡과 디지털 디톡스는 코르티솔 수치 조절에 실질적인 영향을 준다
- 스트레스 저항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반복 루틴으로 강화된다
회복탄력성과 가치지향, 결국 이 두 가지였습니다
스트레스 관리에는 '마음을 강하게 먹어야 한다'는 말이 많습니다. 저는 그 말이 틀리지는 않지만, 충분하지도 않다고 봅니다. 실제로 스트레스를 잘 이겨낸 사람들을 들여다보면 공통적으로 두 가지가 보입니다. 회복탄력성과 가치지향적 삶입니다.
회복탄력성(Resilience)이란 어려운 상황을 겪은 후 원래 상태로 돌아오거나 오히려 더 성장하는 심리적 능력을 말합니다. 정신건강 척도 검사를 받은 신인가수 사례에서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가벼운 불안과 우울 증세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스트레스 수치는 성인 평균의 절반에 불과했는데, 그 이유가 바로 높은 회복탄력성이었습니다. 극심한 악플과 무릎 십자인대 파열이라는 이중고 속에서도 '그럼 어떻게 하면 좋아질까'라는 방향으로 생각을 돌리는 훈련이 몸에 배어 있었던 겁니다.
또 하나는 외상 후 성장(Post-Traumatic Growth, PTG)입니다. PTG란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은 이후 오히려 삶의 가치관이 깊어지고 내면이 성숙해지는 현상을 가리킵니다. 전신 85%에 화상을 입은 생존자의 검사 결과에서 PTG 점수가 재난 피해자 평균보다 2.5배 이상 높았습니다. '욕심을 내려놓으니 지금의 삶이 다른 눈으로 보였다'는 그 말이, 단순한 위로가 아닌 실제 심리 지표로도 증명된 것입니다(출처: WHO Mental Health).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데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만을 강조하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보다 '지금 내가 무엇을 위해 이 일을 하는가'라는 질문이 더 강력하게 작동한다고 느꼈습니다. 매일 저녁 40분씩 빠르게 걷는 루틴을 시작할 때, 처음에는 스트레스 해소가 목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한 의식'이 됐고, 그러자 어지간한 외부 자극에 흔들리는 폭이 줄었습니다. 일상의 작은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 그게 가치지향적 삶의 가장 소박한 형태가 아닐까 싶습니다.
정치적 논란이나 주변 갈등으로 세상이 어지러울 때, 사람들은 쉽게 타인을 향해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공인이라는 이유로, 혹은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악플을 쏟아내는 모습을 볼 때마다 저는 그 에너지가 얼마나 그 사람 자신을 갉아먹을지가 먼저 떠오릅니다. 일상 속 만성 스트레스가 사별이나 재난 같은 극단적 스트레스보다 사망 위험률을 더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남의 삶을 비난하는 데 쓰는 그 시간이 결국 가장 해로운 만성 스트레스원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스트레스에 강한 사람은 원래 타고나는 건가요?
A. 타고난 기질이 어느 정도 영향을 준다는 시각도 있는데, 뇌파 연구를 보면 반복적인 훈련과 루틴으로 뇌의 회복 패턴 자체가 바뀐다는 결과가 나와 있습니다. 올림픽 선수들의 뇌가 일반인과 다른 것도 수만 번의 반복 훈련이 쌓인 결과입니다. 타고나는 부분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게 전부는 아닌 것 같습니다.
Q.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스트레스 해소법이 있나요?
A. 거창한 방법보다 작고 꾸준한 루틴이 더 효과적이라는 게 제 경험입니다. 저는 밤 10시 이후 디지털 디톡스, 매일 40분 유산소 걷기, 아침 10분 복식 호흡 세 가지를 병행했고 2주 안에 수면 질과 감정 진폭이 달라지는 걸 느꼈습니다. 어떤 방법이 맞는지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일단 한 가지를 2주 이상 꾸준히 해보는 것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고 봅니다.
Q. 여성이 스트레스에 더 취약하다는 게 사실인가요?
A. 연구에 따르면 스트레스성 심근증, 즉 극심한 스트레스로 심장 기능이 일시적으로 저하되는 질환에 걸릴 확률이 여성이 남성보다 7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성의 심장이 스트레스 호르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유력합니다. 다만 이것이 여성이 스트레스에 '약하다'는 뜻은 아니고, 신체적 취약성의 부위가 다르다는 의미로 보는 게 적절할 것 같습니다.
Q. 만성 스트레스가 급성 스트레스보다 더 위험한 이유가 뭔가요?
A. 교통 체증이나 가족 갈등처럼 일상에서 반복되는 스트레스를 지속적으로 방치하면 사망 위험률이 3배 이상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사별이나 재난처럼 충격이 큰 스트레스보다 오히려 수치가 높은데, 이는 만성 스트레스가 면역계와 심혈관계를 서서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손상시키기 때문입니다. 큰 사건보다 작은 일상의 스트레스를 더 신경 써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결론
스트레스에 강한 사람들을 보면서 제가 가장 인상 깊었던 건 '피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이었습니다. 스트레스를 스트레스라고 인식하고, 거기에 어떻게 반응할지를 선택하는 것. 그 선택이 쌓여서 뇌의 패턴이 되고, 삶의 태도가 됩니다.
주변이 어지럽고 날 선 말들이 쏟아지는 시기일수록, 저는 남들의 시선에 에너지를 쏟기보다 제 루틴을 지키는 쪽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완벽하게 되진 않지만, 그 방향을 잃지 않으려는 것만으로도 만성 스트레스의 무게가 조금은 달라집니다. 뇌과학도, 회복탄력성도, 결국은 '지금 내 삶에서 중요한 것에 집중하는 것'으로 수렴하는 것 같습니다.